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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선동력·등등거리..조선의 여름, 근대화 때보다 시원했다
한복만 어울리는 등등거리, 강한 부채 바람
대나무 낭창낭창 탄력성과 찬기운 곳곳 활용
삼청동 가는길 민속박물관 ‘한국인의 여름’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오는 21일 낮이 가장 긴 하지를 지나면 더위가 시작돼 7월 7일 소서, 7월 11일 초복을 지나면서 무더위가 본격화한다.

지금이야 집과 사무실,음식점, 기차와 버스, 실내 어디서든 에어컨이 있어, 잠시 땡볕에 노출되어도 즐길 만 하지만,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실내외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을 하고, 가사노동을 했다. 등목을 하고 그늘을 찾아 잠시나마 몸을 식혀가며 말이다.

여름을 시원하게 지낼 조선선비의 피서 소품들
등등거리와 여름용 토시. 등등거리는 양복에 맞지 않고, 토시 조선판은 한복에 맞다. 현대판 토시는 오히려 살갗에 딱 붙는데, 토시를 끼어 더 덥다는 반응도 있다. 팔이 햇빛에 타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이 더 커 보인다.

조선시대는 어쩌면 우리의 근대화 시기보다 더 시원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바쁘게 살지 않았고, 자연이 만들어준 그늘이 지금보다 풍부했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나 빌딩숲의 고온화 등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는 말이 있었고, 등등거리라는 물건이 있었기에 요즘의 에어컨이 부럽지 않았다.

하선동력은 ‘여름엔 부채 겨울엔 책력’이라는 뜻인데, 계절별 최고의 상품을 지칭한다. 여름에 부채가 최고, 겨울엔 앞날을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책력이 최고의 선물이라는 의미다. 요즘 잘 하는 언어유희로 여름용으로만 쓰면, 부채의 동력(動力)으로 거뜬히 무더위를 견뎠다고나 할까. 하선은 요즘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손 선풍기쯤 되겠다.

하선은 둥근 ‘방구부채’와 접을 수 있는 ‘접부채’로 대별된다. 대나무의 낭창낭창한 탄력성이 바람의 순간 발생량을 높이고 바람 속도 역시 빠르게 한다.

대나무의 탄력성으로 손 움직임은 느려도 부채의 바람은 세고 빠르다

등나무로 만든 조끼인 등등거리는 등과 옷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 주고 그 사이로 바람이 통하게 하여 서늘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우리 한복에는 어울리는 여름 소품인데, 양복에는 맞지 않다.

누마루에는 ‘죽부인’과 함께 ‘발’을 치고 ‘대나무 방석’을 깔아 청량한 느낌을 더했다. 꼭 양반이 아니라도 평민들도 비슷하게 꾸몄다.

대나무 용품들은 대나무의 차가운 느낌을 통해 열을 식히고 서늘함을 주는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다.

어중간 했던 시절(경제개발 착수기~1980년대) 보다 더 시원했던 조선의 여름이 삼청동 가는 길목 경복궁 북동쪽의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관에 찾아왔다. 부채, 죽부인, 등등거리, 통발, 가리 같은 천렵(川獵) 도구, 도리깨 등 여름용 농기구가 전시된다.

여름철 보리 수확은 위한 도리깨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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