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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펌 인사이드] 씽크탱크? 로비스트?…‘고문’ 영입 나서는 로펌들
김앤장, 기업법연구소 설립 김용덕 전 대법관 영입
‘고문’ 영입 꾸준하지만 실제 역할·대우 천차만별
김오수 검찰총장 고문 활동으로 월 2000만원대 급여
‘시행령 한 줄’ 에 기업 희비 엇갈려…‘로비스트’ 눈총도
규모 커지면 ‘싱크탱크’ 필수…경제·교통·언론 분야도 영입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최근 김용덕 전 대법관을 영입해 기업법연구소를 설립했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으로, 판사들 사이에서도 법리에 해박하다고 평가받는 인사다. [김앤장법률사무소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국내 최대 규모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지난달 대법관 출신 김용덕 변호사를 영입해 기업법연구소를 설립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한 김 변호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거쳐 대법관에 올랐다. 판사들 사이에서도 수재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법리에 해박한 법조인이다. 법무법인 율촌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이찬희 변호사를 고문으로 영입하며 주목을 받았다. 변협회장이 대형로펌 고문을 맡는 것은 이례적이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율촌 고문을 맡았다. 이찬희 변호사는 공익활동, 임 전 위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제도와 핀테크 정책 방향에 초점을 맞춰 조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오수 검찰총장도 법무부 차관 퇴임 이후 중형 로펌 고문을 맡은 이력이 알려지기도 했다.

대형로펌의 고문 영입이 꾸준하다. 17일 변호사업계에 따르면 ‘1등 로펌’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고문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는 인사는 70명 규모다. 법무법인 광장은 27명, 법무법인 화우는 43명 선이다. 이들과 함께 6대 로펌으로 꼽히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 율촌은 고문 규모를 공개하지 않는다.

고문은 말 그대로 사내에서 조언을 하는 역할이다. 다만 회사나 직책마다 대우나 구체적인 업무가 천차만별이다. 비 변호사 출신도 있고, 이와는 별개로 ‘전문위원’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는 인력도 있다. 전문위원은 어느 정도 급여가 일정하다. 반면 고문은 실제 영업에 기여하는 비중에 따라 운전 기사와 함께 수십억 원의 연봉이 지급되기도 하고, 직함 정도만 유지한 채 별다른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양극을 오간다. 고문 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한 법무법인 화우의 경우 43명의 고문 중 국내 변호사는 16명, 비변호사 고문 27명, 별도의 전문위원은 19명이다.

전직 고위직 공무원이 로펌 고문으로 직행하는 경우, 직무상 취득한 고급 정보나 인맥이 로펌의 자산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로펌의 입법업무 역할이 강조되면서 국회나 정부를 상대하는 사실상의 ‘로비스트’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다. “입법이라는 게 꼭 국회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행령 한 줄만 바꿔도 수백억 원이 오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돈을 주고, 차를 주면서 사람을 데려오는 건 그만한 값을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의 말이다. 국회 입법 활동의 경우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양성화해서 어떤 의견이 오가는지 투명한 구조를 만들자는 논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경우 고문으로 재직하며 월 2000만원대 급여를 받았지만, 실제 자문업무를 수행했다. 변호사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법조인은 “일반인 관점에서 보면 많게 보일 수 있지만, 전직 법무차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크다고 볼 수는 없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태평양과 함께 업계 2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법무법인 광장은 10년째 '캐피탈 경제컨설팅 그룹'을 설립하고 경제전문가들을 고문으로 영입해 내부 '싱크탱크'를 운영하고 있다.

고문의 역할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로펌도 기업이고,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자체 연구조직이 필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문제가 결합되면 필요성이 더 커진다. 전통적인 민·형사 송무 서비스에는 비법률가의 도움이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공정거래나 조세, 금융 사건을 자문하거나 기업 인수합병 등 법률 외 다른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특정 영역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활용이 필수적이다. 한 대형로펌의 중견 변호사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일정을 조율하거나 의뢰인이 원하는 방향을 공유하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며 “해외에서는 로펌과 경제컨설팅펌이 함께 업무를 하는 게 일반적인데, 사내에 연구조직을 두고 협업하는 것은 우리나라 로펌의 독특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김용덕 전 대법관이 소장을 맡은 기업법연구소 외에 권오곤 전 국제유고형사재판소(ICTY) 재판관이 주도하는 국제법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투자자-국가간 분쟁(ISD) 등을 다룬다. 광장의 경우 ‘캐피탈 경제컨설팅 그룹(CECG)’이 주요 연구조직으로 자리잡고 있다. 2011년 광장에 합류해 만 10년 동안 활동한 전문가 홍동표 박사가 공정거래 사건 등 경제 분석에 필요한 연구용역을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30여년간 조세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임승순 변호사는 세대교체에 따라 화우 대표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후방지원을 맡고 있다.

로펌이 자체적으로 정년을 두고, 인사적체를 해소하다 보면 세대교체를 위해 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인사가 고문을 맡아 후방 지원 업무를 맡는 경우도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자체적으로 조세실무연구원, 지배구조연구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30년 가까이 조세 분야에 전문성을 기른 임승순 변호사가 초대 원장을 맡았다.

법률이나 경제 업무 외에 다양한 인사들도 골고루 영입되는 추세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ESG대응팀에는 정연만 전 환경부 차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국제학박사 이연우 전문위원과 언론인 출신의 권석천 고문까지 다양한 인재풀을 보유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이동욱 전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이 지난해 9월 영입돼 바이오헬스케어팀, 이광범 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원장이 자동차·모빌리티팀에서 활동하는 게 특이점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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