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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쿠션 황제’ 블롬달의 고백…“최고는 야스퍼스려나”
월드컵 44회 우승의 신화…“내 경력의 마지막도 팬들 함께”
7월 1일 월드 3쿠션 그랑프리 출전자 릴레이 인터뷰

‘맞으라고’. 당구의 장인도 다급해지면 킥 동작을 하며 공에 ‘염력’을 가한다. 정상급 선수들도 가끔 선뵈는 인간적 모습이다. [파이브앤식스 제공]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 6번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44번의 월드컵 대회 우승. 이 이상 뛰어난 실적을 남긴 3쿠션 당구 선수는 없다. 살아 있는 전설, ‘3쿠션 황제’ 토브욘 블롬달(세계 3위·59·스웨덴)이다.

1980년대 파릇파릇하던 후반 20대의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오른 뒤 20여년을 독주했고, 최근 10년은 ‘4대 천왕’이라고 불리며 다른 3명의 톱플레이어와 천하를 사분하고 있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최고의 선수는 누구인가요?”

“나였으면 좋겠는데요. 그러나 나는 아니죠. 몇몇 시기에는 최고였지만, 지금은 워낙 많은 선수들이 강력하니까. 말하기는 쉽지 않지만, 아마도 딕 야스퍼스(세계 1위)겠지요.”

자신을 객관화 해서 바라보고 있는 블롬달이다. 2017년 프랑스 라불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후 무관에 그치자 위기론이 대두됐고, 2019년 극적으로 세계선수권을 따내며 건재를 보여줬지만 한 해 서너번의 우승은 손쉽게 차지했던 전성기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는 62년생이다. 신체 능력이 전혀 쓰이지 않는 바둑에서도 정상에서 버티지 못하는 나이대다.

하지만 아직 양보할 생각은 없다. 간혹 경기중에 과한 승부욕을 내비치는 행동으로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이건 정상을 향한 그의 탐욕이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축구에서 프리킥을 독점하려 팀 동료에게 공을 안 넘겨주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욕심과도 비슷한 성질이다. 정상권 선수의 승리에 대한 욕심, 골에 대한 탐욕은 상상 이상이다.

오는 7월 1일 원주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리는 월드 3쿠션 그랑프리 2021 대회에 출전하는 블롬달의 근황을 서면 인터뷰를 통해 살폈다. 그는 “집에서 아주 많이 시간을 보냈다. 요리하고 책 읽고…, 대부분은 TV와 인터넷으로 영화와 드라마, 스포츠, 뉴스를 보면서 소일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동안 온라인 체스 대회의 빅 팬이 됐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문을 여는 당구 클럽이 잘 없었는데 올해 2월부터 내 당구 테이블이 생기면서 그걸로 연습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당구 대회 해설자를 하고 있는데, 꽤 즐기고 있어요.”

그동안 대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이 좋은지 나쁜지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연습할 때는 괜찮은 편인데, 스트레스가 심한 대회 상황에 다시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우승 뒤 부친 레나르트 블롬달과 포옹하고 있는 블롬달. 블롬달은 선수 출신인 부친으로부터 당구를 배웠다. [파이브앤식스 제공]

해외 팬들은 그를 이니셜인 ‘TB’로 부르곤 한다. 민망하게 면전에서 “당구황제!” 하고 부르지는 않는다. NBA의 르브론 제임스는 ‘킹’으로 호명되는 게 일상이긴 하지만.

블롬달은 잘 알려진대로 공격적인 플레이어다. 하이런 공식기록은 24점이며, 비공식 기록은 가공할 32점이다. 50점 한 세트를 9이닝만에 끝낸 적도 있는 그는 “한 세트에 최대한 많은 점수를 얻는 것이 가장 값진 기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수비적인 선수가 아닙니다. 나는 최대한 많은 득점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기회주의적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뱅크샷과 중간 속도의 샷으로 치는 샷에 자신이 있습니다.”

10년동안 몰리나리 사의 큐와 몰리나리 팁을 쓰고 있다는 그는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깊게 생각하고 자신의 경기력을 되찾기 위해 스트로크에 신경을 쓴다고 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의 목표는 입 밖에 내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우승일 터다. 그런데 본종목인 개인전에 앞서 전채요리격으로 치러지는 슛아웃 복식 종목에 대해서는 난감함을 솔직히 드러냈다.

“환갑이 다 돼 가는데 공격제한 시간 15초는 너무 짧아요. 그렇게 빠르게 뛰어다닐 수가 없어.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해 훈련할 수도 없지요. 이 경기는 누가 테이블 위에 몸을 뻗거나 테이블 주위를 많이 걸어다니지 않고(시간 소모가 없이) 칠 수 있는 포지션을 충분히 받는가 하는 운에 달렸어요.”

그는 스웨덴에서 태어났지만 현재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바크낭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평소 스케줄이 없을 때면 아들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며, 때로는 당구를 함께 즐기기도 한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우선 지지해주는 것에 감사하다.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좋은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불꽃을 사르는 심경의 일단을 드러냈다.

“여전히 앞으로 몇년간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것입니다. 그러나 10년간은 아니지요. 그러니 비록 내 퍼포먼스가 예전만큼 좋지 않을지라도 기꺼이 내 커리어 후반부를 함께 지켜봐 주세요. 몸 건강히 안녕하시길.”

그도 전임 독재자 레이몽 클루망으로부터 황제의 자리를 물려받았듯, 언젠가는 그의 자리를 물려줘야 할 것이다. 아직도 ‘짱짱한’ 블롬달을 보는 것은 몇년 안 남았을 수도 있다. 이번 대회는 귀한 기회다.

yjc@heraldcorp.com

2017년 월드컵 이후 무승 공백을 깨고 지난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블롬달이 환하게 웃는 모습. [파이브앤식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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