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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개발 뉴스페이스 시대...‘한화와 큰그림’ 함께 난다” [헤경이 만난 인물-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이사]
KAIST ‘우리별 1호’ 제작 학생들 의기투합
누적수주액 약 7500억원 ‘위성 전문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090억 투자 결정
‘기술력·자금·네트워크’ 시너지 기대감
UAE·말레이 우주사업 기여 ‘감동의 순간’
우주개발 민간주도 추세...민·관 협력해야
위성영상 공급·분석 솔루션까지 다각화
활용·서비스 중심으로 생각 전환 필요
쎄트렉아이의 사업은 단순히 위성 시스템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위성으로 찍은 영상을 고객에 판매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성영상·항공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업까지 자회사를 통해 하고 있다. 김이을 쎄트렉아이 대표이사. [쎄트렉아이 제공]

1992년 8월 11일.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우주기지에서 ‘우리별 1호’라는 이름이 붙은 인공위성이 하늘로 발사됐다. 대한민국 최초의 인공위성이었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상공으로 올라간 우리별 1호는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우주 비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나라는 마침내 세계에서 25번째로 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당시 우리별 1호 제작에는 ‘한국 인공위성의 아버지’ 최순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과 2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7년이 흐른 1999년 12월 그 학생들은 의기투합해 위성 벤처기업 쎄트렉아이를 설립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현 인공위성연구소)의 김이을 선임연구원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지난 2019년 대표이사에 선임돼 쎄트렉아이의 위성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김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2년 전 회사 설립 당시 세웠던 목표를 이렇게 회상했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에서 근무하던 당시 우리별 위성 개발에 약 100억원 정도의 정부 연구개발비가 투자됐습니다. 이 투자비의 두 배만 해외에서 벌어오자는 목표로 시작했었죠”

현재 쎄트렉아이의 누적 수주액은 약 7500억원에 달한다. 직접 개발한 위성 5기와 전자학 탑재체 5기를 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위성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체 직원수는 300명을 바라보고 있고, 자회사를 포함한 매출도 1000억원에 근접했다.

▶한화그룹과 맞손...해외서 ‘빅 픽처’ 그린다=올해 1월 쎄트렉아이는 한화그룹과 손 잡으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한화그룹의 항공·방산 부문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090억원을 투자해 쎄트렉아이 지분 30% 인수를 결정했다.

김 대표는 당장의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향후 한화와의 시너지를 기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저희 회사의 경험과 역량을 보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향후 양사가 함께 추진할 사업이나 새로운 기회가 많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올 3월 쎄트렉아이의 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김동관 사장의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쎄트렉아이의 해외 사업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항공우주 업계에서도 쎄트렉아이의 기술력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력과 김동관 사장의 네트워크가 더해지면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쎄트렉아이는 한화그룹이 최근 신설한 우주사업 컨트롤타워 ‘스페이스 허브’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스페이스 허브가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한화시스템은 통신 탑재체 및 영상레이더 관련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쎄트렉아이의 위성 시스템, 본체, 전자광학 탑재체, 지상체 핵심기술과 쎄트렉아이 자회사의 핵심역량이 더해지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겁니다”

▶15년 전 UAE에 뿌린 쎄트렉아이의 씨앗...“땡큐 코리아”=쎄트렉아이의 기술력은 일찍이 해외 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자국의 우주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단연 쎄트렉아이를 꼽는다.

원유 수출업에 의존하던 UAE는 2006년 우주 사업에 발을 들이며 한국의 벤처기업 쎄트렉아이에 도움을 요청했다. UAE 유학생들은 한국으로 건너와 쎄트렉아이로부터 위성 시스템 기술과 개발 경험, 조직문화 등을 이식 받았다.

그 결과 UAE가 쏘아올린 화성탐사선 ‘아말’(Amal·아랍어로 희망)은 올 2월 아랍권 최초로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김 대표는 UAE 유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일궈낸 성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5년 전 저희 회사에서 위성 기술을 배운 UAE 친구들이 핵심 역할을 한 ‘아말’ 화성탐사선이 얼마 전 화성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것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2009년 우리나라 최초의 수출위성인 말레이시아 라작샛(RazakSAT)과 발사 후 첫 교신을 한 것도 김 대표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다. “이 위성의 전자광학 탑재체 개발 책임자였는데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발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 “뉴 스페이스 시대 개막...격세지감 느껴”=올 3월 우리나라 차세대 중형위성 1호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는 국내 위성 개발 주도권이 국가에서 민간 기업으로 넘어가는 신호탄이 됐다.

과거 국가가 이끌었던 우주 개발을 민간이 주도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그야말로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급변하면서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의 문이 열린 것이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변화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회사 설립 당시만 해도 소형위성은 실험용 또는 교육용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저희는 상업적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했습니다. 최근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의 중심에 소형위성과 초소형위성이 있는데 저희 생각이 그리 틀리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민간이 우주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됐지만 여전히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우주자산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공 역할의 중요성과 선진국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을 고려할 때 보다 효과적인 민관협력 방식과 우리나라 우주개발 전략에 대해 숙의하고 준비할 때라고 봅니다. 이 과정을 지혜롭게 거친다면 향후 국내 우주개발에서도 산업체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성 제작만? 위성영상 판매·데이터 분석까지 무궁무진=쎄트렉아이의 사업은 단순히 위성 시스템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위성으로 찍은 영상을 고객에 판매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위성영상·항공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업까지 자회사를 통해 하고 있다.

김 대표도 이 점을 쎄트렉아이가 다른 기업들과 차별되는 점으로 꼽았다.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다수의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우주산업의 진입장벽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쎄트렉아이는 지구관측 위성의 제작부터 위성영상 공급과 분석 솔루션 개발을 한 울타리 안에서 해결한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기업들이 제조에만 머물지 않고 위성 자산을 적극 활용하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우주산업을 보면 제조보다 활용과 서비스 시장이 큽니다. 위성 같은 우주자산은 활용과 서비스를 위한 하나의 도구입니다.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시장이 2017년 약 3470억달러에서 2040년 약 1조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주개발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이제 활용과 서비스 중심으로 생각을 전환할 시점입니다”

▶ “제작·조립시설부터 영상분석 솔루션까지 투자는 계속”=김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산업동향과 기술발전 추이를 지속적으로 분석해 지금까지 집중해온 지구관측 분야의 범위를 넓힐 수 있는 부분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또한 위성 생산능력 증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제작 및 조립 시설에 대한 투자도 병행할 뜻을 밝혔다. “자회사는 위성영상 공급을 위한 플랫폼 개발, 고해상도 영상 분석 솔루션 고도화 및 다각화, 위성영상 해상도 향상 기술 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창업을 꿈꾸는 예비 청년 기업가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김 대표는 도전 정신과 함께 창업하려는 이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당부했다.

“스타트업 정신을 도전으로 표현한다면 ‘위험’과 ‘도전’은 동전의 앙면과 같습니다. 창업 전에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좀 더 기울이면 위험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과거에 비해 창업, 성공, 실패를 경험한 선배들이 많고 조언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왜 창업을 하려는지 진지한 고민과 함께 그 고민의 밑바탕에 고객에게 돌아가는 가치가 있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정부의 우주산업 정책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우주개발을 시작한 지 30년을 넘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위성 개발은 대부분 정부 연구개발 사업의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산업체의 낮은 역량과 높은 위험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었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개별 사업의 특성에 맞는 방식을 적용하는 유연한 정책을 통해 국내 산업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우주개발 역량의 향상을 도모했으면 합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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