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페루 대선 후폭풍…원자재발(發) 인플레 우려 최고조
세계 최대 아연·납 생산국 페루 정치적 리스크 고조
원자재 가격 강세 지속 전망…인플레이션 우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세계 최대 아연, 납 생산국인 페루에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성향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철광석, 구리, 아연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점에서 페루 대선으로 원자재 공급 시장에 추가적인 불확실성의 부담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원자재발(發)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들의 긴축을 앞당길 수 있다는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페루 대선 결선 개표가 막바지에 이른 8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아연, 납 등의 금속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구리 현물은 이날 전거래일보다 30.50달러(0.31%) 오른 톤당 987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연 현물은 전거래일 대비 35.50달러(1.20%) 상승한 톤당 2999.00달러, 납 현물은 전장 대비 7.50달러(0.35%) 오른 톤당 2146.0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10일 1만537.0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7741.50달러이던 구리 가격은 올해 들어 2137.00달러(27.60%)나 급등했다.

아연 가격은 연초 이후 275.50달러(10.12%) 상승했고, 납 가격은 174.00달러(8.82%) 올랐다.

페루 대선 결과는 고조되는 원자재발(發) 인플레 압력에 기름에 부은 꼴이 됐다. 구리, 아연, 납의 공급 불확실성을 확대해 금속 가격 상승을 더욱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다.

페루 선거관리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의 개표가 97.8% 진행된 상황에서 좌파 성향 자유페루당 페드로 카스티요 후보와 우파 성향 민중권력당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가 각각 50.205%, 49.795%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0.41%포인트 차이로, 7만표 가량에 불과하다.

카스티요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양 후보의 득표차가 워낙 근소한 탓에 누가 승자가 되든지 당분간 페루 사회에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페루 대선 결과가 원자재 시장에서도 주목을 끄는 이유는 페루가 칠레에 이어 2위 구리 광산 생산국인 데다 세계 최대 아연과 납 광산 생산 및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신이 유력한 카스티요 후보는 대선 캠페인 당시 ‘광업과 에너지, 통신 분야 국유화를 골자로 한 개헌 추진’과 해당 산업 분야 ‘외투기업 수익의 70% 이상을 페루에 재투자’하는 조치를 강조한 바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페루의 정치적 리스크 고조는 공급 불확실성을 높여 타이트한 광산 수급 상황을 지속시킬 것으로 판단한다”며 “페루 신정부 출범에 따른 구리와 아연, 납 광산 공급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황 연구원은 “경기 회복세와 더불어 범세계적인 그린(Green) 열풍이 구리와 알루미늄, 니켈 수요 성장세를 견인하는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구조적으로 더욱 타이트해지는 공급 여건이 아연과 납에서도 가격 강세를 지지할 전망”이라며 산업금속 섹터 투자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김광래 삼성선물 선임연구원은 “페루에서 급진좌파인 카스티요 후보가 개표 막바지까지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그의 주요 공약인 광산 국유화와 수익 공유 법제화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도 더욱 커지고 있다”라며 “여기에 또다른 후보인 후지모리가 선거 사기를 주장하면서 페루의 정치적 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페루 대선의 후폭풍은 원자재 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와 원자재, 곡물 같은 상품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1970년대 이후 처음”이라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지속 공포가 커지며 세계 경제 회복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pink@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