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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 아동복지시설 280여곳 주민번호 없는 아이 146명…[유령아이 리포트〈中〉]
전국에 흩어진 아동복지시설 280여곳에는 1만600여명(2019년 말 기준)의 아이들이 산다. 여기서 지내는 아이들은 대개 출생등록을 한 상태지만, ‘유령아이’들도 존재한다.

헤럴드경제는 보편적출생신고 네트워크(UBR Network)와 협업해 지난 3월 초부터 전국 251개 아동복지시설(아동양육시설·아동일시보호시설·아동보호치료시설·자립지원시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최근 2년(2019년~2020년) 사이, 각 시설에서 출생신고가 안 된 상태의 아동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그 결과 246개 시설(5곳은 미응답)에 총 146명의 아동이 있었다.

▶보육원 유령아이 평균 0.77세…서울에 몰려=아동양육시설에서 발견된 출생 미등록 아동은 2019년 74명, 2020년 72명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소재 시설에서 63명(전체의 43%)의 유령아이가 파악됐다. 충남(20명), 부산(14명), 경기도(13명)가 뒤를 이었다.

미등록된 아동의 평균 연령은 0.77세(9개월)로, 전체의 70.5% 가량인 103명의 아이들이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상태였다. 초등학교 취학을 앞둔 6살에 이르러서도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아동도 6명이 있었다. 이들은 정부 행정시스템에 이름이 새겨지지 않았다. 의무교육은 물론 의료보험, 사회복지 등 다양한 공적 체계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됐다.

▶베이비박스 아이가 대부분=설문조사에서는 아이들이 제때 출생신고되지 못한 이유(하단 그래프 참조)도 물었다.

이 가운데 베이비박스에 유기돼 ‘기아’(생부모를 알 수 없는 버려진 아동)인 이유가 110건(68.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혼인 외 출생(14명, 8.8%), 미혼모(6명, 3.8%), 병원 외 출생(5명, 3.1%), 미등록이주아동(5건, 3.1%), 미혼부(3명, 1.9%) 순으로 집계됐다. 가정사, 친모의 출생신고 회피, 학대 피해 아동, 부모의 수감 등의 이유는 ‘기타’로 분류했다.

▶“출생신고 어려워” 현장의 하소연=시설에 사는 아이들은 통상 시설장 법정후견인 자격을 얻어 출생신고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아이의 부모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없어야만 시설장이 나설 수 있다. 설문조사 응답한 전국의 시설 가운데 33곳(67.3%)이 ‘출생신고 과정이 어렵다’고 응답했다. 만약 엄마를 찾았더라도 양육할 의지가 없고 출생신고를 거부한다면 시설로서는 방법이 없다.

지난해 경북에서 발견된 생후 4개월 아이가 대표적이다. 친부모는 아이를 지인에 맡기고 잠적했다. 지인은 경찰에 신고했고 아이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지난 3월 시청 담당자는 친모를 찾아냈고 출생신고를 권유했다. 하지만 친모는 “전 남편과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혼외 자녀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불리할 수 있다”며 거절했다. 보육원은 친모를 고발(아동복지법 위반)한 상태다. 아이의 출생신고가 언제 이뤄질진 기약이 없다.

기획취재팀=박준규·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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