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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잦은 복통·설사, 예민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크론병’이라고?”
만성 염증성 장질환의 대표 ‘크론병’
입부터 장·항문 소화관 어디서든 발생
깊은 염증 등 ‘궤양성 대장염’과 차이
환자 4년 새 34% 급증…젊은층 발병 늘어
장폐쇄·천공·대장암·치루 등 합병증
완치 힘들어…호전됐다고 치료중단 금물
크론병은 흔히 ‘젊은이의 병’으로 부를 만큼 주로 10~30대 젊은 연령대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설사나 복통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과음·과식·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크론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크론병 환자의 대장내시경.

# 직장인 박모(45) 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고민이 시작된다. 동료들과의 즐거운 점심식사가 식사 후 복통과 설사라는 악몽으로 바뀌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박씨는 식사 후 수시로 찾아오는 복통에, 심할 땐 하루에도 몇 번씩 설사를 하는 통에 배변 때마다 심한 고통을 호소하곤 한다. 이 같은 증상은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원인일 수 있지만 최근 들어 크론병을 진단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크론병 환자 최근 4년간 34% 급증…젊은 층 발병률 높아=크론병은 대표적인 만성 염증성 장질환으로, 비슷한 증상의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궤양성 대장염’과 비교되지만 병변의 위치·범위·특징에서 차이가 있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발생하고 염증이 얕으며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주로 소장과 대장에서 많이 발병하고, 염증이 깊으며 띄엄띄엄 분포한다. 한때 크론병은 서구에서는 흔하지만 국내에서는 희귀 질환으로 분류될 만큼 발병률이 높지 않았지만 최근 환자가 부쩍 늘어 연간 2만명을 넘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크론병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8년 2만2408명으로 2014년 1만6728명에서 4년간 34%나 급증했다. 특히 10~2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지정선 가톨릭대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은 흔히 ‘젊은이의 병’으로 부를 만큼 주로 10~30대 젊은 연령대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설사나 복통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 과음·과식·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기 쉽지만 증상이 자주 반복되면 크론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특히 점액변·혈변·메스꺼움·발열·식욕부진·체중감소·피로감 등이 동반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요 증상은 복통·설사·체중감소…남성에서 2~3배 더 많아=크론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설사·체중감소다. 이 증상이 수주 이상 지속되면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증상과 함께 혈변, 발열, 피로, 항문 주위 통증이나 진물, 잘 낫지 않는 치열, 구토, 구역, 구강 내 통증, 성장 지체, 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지 교수는 “크론병 환자의 10%는 진단될 때, 30% 정도는 진단 1년 이내에 구강·피부·관절·간·눈 등에 장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며 “크론병의 장벽 전층 염증은 장의 섬유화와 협착을 일으켜 창자 막힘을 유발하고 미세한 장천공 또는 누공을 초래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흔하게 발생한다”고 조언했다.

병원을 찾는 시기가 늦어지면 증상이 악화하고 장폐쇄·천공·대장암·치루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크론병 환자는 남성에서 2~3배 더 많고, 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인 회맹부에 발병하는 경우가 40~60%로 가장 흔하다. 소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경우는 30%, 대장에만 발병하는 경우가 10~25%를 차지한다. 항문 치루를 동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잦은 복통·설사 반복되면 의심…치료 중단 금물=크론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 인자, 서구화된 식생활, 항생제 남용, 흡연, 약물, 스트레스 등 여러 환경·사회적 요인이 면역 체계의 변화를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크론병을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는 없다. 다만 염증을 조절하기 위한 여러 가지 약물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병변의 심한 정도, 범위, 합병증 유무 등에 따라 5-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항생제, 생물학적제제 등을 적절하게 조합해 사용한다. 특히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는 염증을 감소시키고 점막을 치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 교수는 “크론병은 완치보다는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적 재발성 질환이다. 증상이 호전됐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대개는 재발하고 합병증의 위험이 증가한다”며 “잦은 복통이나 설사 등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늦지 않게 병원을 찾아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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