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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넘어 ‘안보’다

국가의 산업정책은 더는 산업발전과 경제성장만의 문제가 아닌 한 국가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됐다. 일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고,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기술과 회토류를 통제함으로써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심해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고, TV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생산 차질이 발생되고 있다. 이제는 핵심 산업 주도권을 빼앗기면 패권경쟁에서 패배하고, 국가의 생산 기반 시스템이 붕괴된다. 핵심 산업에 대한 주도권 확보가 곧 국력이고 가장 확실한 안보정책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반도체지원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산업은 한국과 미국, 중국, 유럽 등의 경쟁구도로 각각 주도권 확보를 위해 강력한 산업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는 한국과 중국 양강 경쟁구도로, 그만큼 국가의 산업정책이 중요한 산업이다. 지난해 한국이 세계 시장 점유율 36.8%로, 36.3%를 기록한 중국에 앞서면서 세계 1위를 겨우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세계 1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중국은 2010년 7대 전략적 신흥산업에 디스플레이를 포함시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디스플레이산업을 육성해왔다. 대표적인 산업정책으로 ‘2014-2016 신형 디스플레이산업 혁신발전 행동계획’ ‘2018-2020 신형 디스플레이산업 혁신발전 행동계획’ ‘2021-2030 신형 디스플레이산업 수입관세 지원정책’ 등이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세제 등 전폭적인 지원이 지속되면서 한국이 14년간 세계 1위를 지켜온 액정표시장치(LCD)가 2018년 중국에 넘어갔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한국이 세계 시장의 86.8%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으나 중국의 추격 속도가 LCD보다 더욱 빠른 상황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OLED도 중국에 내줄 수 있기 때문에 현시점이 향후 한국 OLED 존폐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라면 디스플레이는 ‘산업의 눈’으로, 모두 대규모 투자가 동반돼야 하는 장치산업이다.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도 매우 크다. 더불어 투자 시기를 놓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경쟁력뿐 아니라 전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국가 핵심 전략산업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자국 중심의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을 위해 오랫동안 잠자던 산업정책을 꺼내 들었다. 4차 산업혁명의 쌀과 눈이 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우리도 과감한 산업정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한 번 붕괴된 환경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교훈 삼아야 한다. 산업정책은 단순한 기업 지원정책이 아닌, 환경·노동·금융·세제 등 산업을 둘러싼 복합적인 생산 기반 시스템을 만드는 정책으로, 정부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하다. 이제는 산업정책이 안보와 직결된 만큼 산업 주무 부처의 리더십은 더 강화돼야 하고, 이전보다 더 과감하고 강력한 산업정책을 펼쳐야 한다.

산업정책이 경제정책을 넘어 국가의 생존이 걸린 안보정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김성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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