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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어쩌다 사장’이 남긴 긴 여운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6일 종영한 tvN ‘어쩌다 사장’의 여운이 꽤 오래 간다. 차분하고 잔잔하며 약간 지루할법한 이 예능의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것은 고즈넉한 마을 사람들이 전해준 온기때문일 것이다. 편한 분위기를 만들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차태현과 조인성의 역할도 크다.

‘어쩌다 사장’은 문자 그대로 차태현과 조인성이 어쩌다 강원도 화천군 원천리에 있는, 식당과 술집을 겸하는 한 수퍼 사장을 덜컥 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열흘간 장사를 체험해보면서 드러난 지역민의 소소한 라이프스타일을 보면서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어쩌다 사장’의 미덕은 슈퍼의 물품 가격이나 카드결제 사용법조차 모르는 두 사장의 슈퍼 장사 적응기가 중심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장사 적응기라기 보다는 이 곳을 찾는 동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다. 여기서 따뜻함이 묻어났다. 유호진 PD의 말대로 좋은 주민들과 쌓여가는 관계망이 관전 포인트였다.

차태현과 조인성은 틈을 내 이들이 근무하는 보건소(한의사)와 산천어 양식장, 나무공방, 도로건설 현장 옆에 있는 식당을 직접 방문도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고속도로를 만드는 작업을 하시는 분은 3~4년간 도로 공사하며, 집에도 못가고 임시작업지를 만들어서 생활하신대. 그런 것 처음 알았어”라고 신기한 경험을 말하는 조인성. 심지어 차태현은 일하느라 바쁜 부모를 대신해 다래끼가 난 아이를 데리고 춘천에 있는 병원까지 다녀오는 배려심을 발휘했다. 그들의 삶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두 사장의 진심이 잘 표현됐다.

‘어쩌다 사장’은 열흘간 딸 집에 다녀온 슈퍼 사장님이 돌아와 조인성과 차태현과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리얼 스토리텔링은 완성됐다. 이 장면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두 사람은 대게라면을 주문해 먹는 이 마지막 손님을 반려견 검둥이가 유난스럽게 반가워하는 사실로 진짜 사장님임을 눈치챘지만, “식사는 했어요?” “늦게까지 하니까 힘드시죠?” “몇시에 문열어요?”라는 그 분의 질문에 조인성이 “저는 7시에 영업을 해야 하니까, 6시에..”라고 답하다 말을 잇지 못하고 뒷마당으로 가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알고보니 원천상회는 지역민들의 최고의 소통공간이자 최고의 사랑방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장님과, 슈퍼를 모두 자기 집처럼 아끼며 좋은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손님들. 이들의 온기를 오래 기억하게 해준 ‘어쩌다 사장’에게 고맙다. 선배인 나영석 PD의 스타일과 분위기가 있지만 ‘1박2일’ ‘거기가 어딘데?’ ‘서울촌놈’ 등으로 자신만의 것을 찾아나서는 유호진 PD의 뚝심이 제대로 통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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