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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초임 28년 모아야 아파트 한 채...자산가격 버블 속 웃음거리 된 ‘노동소득’ [창간 48주년 MZ세대를 엿보다 ②정책 영향력]
MZ세대 모이면 ‘집값·비트코인’ 얘기
물가 아닌 집값 보고 통화가치 판단
집은 포기, 빚 내 가상자산에 줄타기

“옛날에 남기형(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왕에 집사고, B 차관보는 강남에 샀다. 직장에선 성공해 부총리까지 갔어도 재산은 두배 넘게 차이나지 않느냐. 20년 넘게 벌어진 자산격차다. 지금은 그 격차가 매일매일 생겨난다. 그러니 일하고 싶겠느냐. 솔직히 오늘 도지코인 차트만 봤다.”

‘MZ세대(1980~2000년대생)’인 30대 직장인 3명이 모인 11일 저녁자리에서 나온 대화의 한토막이다. 직장에서 실무진으로 한창 일해야 하는 세대지만, 노동소득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

청년고용대책 실패, 저금리, 자산가격 폭등 등 종합적 정책실패와 시장상황이 노동가치에 대한 통념을 바꿨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네덜란드 튤립버블 시절처럼 국민 모두가 자산가격 차트만 바라보는 시대로 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2019년 초반 비트코인을 1억원 어치 매수해 지난달 매매했다면 서울 아파트를 두 채 살 수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2019년 2월 비트코인 가격은 356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시가는 7148만원을 기록했다. 1억을 투자했다면 20억원을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2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알트코인 변동성은 이보다도 크다.

반면, 같은 시기 대기업에 입사해 한푼도 안쓰고 돈을 모았다면 8000만원가량을 저축할 수 있다. 지난달 잡코리아가 국내기업 787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올해 신입사원 평균연봉’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연봉은 4121만원이다. 지난해 동일조사(4118만원) 대비 0.1% 상승했다.

그렇게 26년을 더 벌어야 서울에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정책에 실패하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1억1123만원이다. 2년 전인 2019년 4월(8억1131만원)에 비해 37% 상승했다.

취업준비생들이 겪는 박탈감도 커졌다. 고용한파 속 비좁은 취업문을 통과해도 집을 못사는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취업준비보다 가상자산 차트를 공부하는 것이 성공에 가깝다는 인식도 생겨나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결국 정부의 집값 정책실패가 문제”라며 “물가를 보면 통화가치가 안정됐지만, 사람들이 부동산시장 활황을 맞아 집값을 보고 통화가치를 판단하는 흐름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 젊은층에서 임금으로 집을 살 수 없다는 절박감이 생겼고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를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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