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이 송영길 의원의 승리로 끝났지만, 전당대회 후 이른바 ‘강성 친문(친문재인)’이 더 단합하는 모양새다. 특히 취임 직후 송 대표가 기존 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언급하고 나서자 일부 친문 성향의 여당 지지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뒤집힐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혁법안 추진’에 관한 질문에 “윤호중 원내대표와 논의할 시간을 잡아보고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지금까지) 진행된 경과를 들어보고 검찰, 언론개혁의 단계적 토의 주제를 생각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 언론개혁을 강조해온 강성 친문 성향 의원들의 주장과는 온도 차가 있는 발언으로, 당장 ‘친문’ 성향의 김용민 수석최고위원이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근거가 없음이 확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를 통해 국민과 당원은 같은 목소리로 개혁하라고 명령하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개혁입법 속도전을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송 대표의 첫 메시지가 강성 친문의 의견과 거리가 있다는 판단에 친문 성향 지지자들은 다시 ‘문자폭탄’에 나섰다. 한 친문 성향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열성 당원들로부터 ‘비문이 위기다. 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더 목소리를 내라’는 식의 문자가 쏟아지고 있다”라며 “이 중에는 송 대표에 대한 비판도 다수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NS와 민주당 당원 게시판 등에는 일부 열성 친문 지지자들이 송 대표를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당무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은 송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 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한다”고 방명록을 작성한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졌다.

송 대표의 행보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이전 민주당 대표들도 두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바 있다. 그러나 당내 일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기조와 맞지 않다”거나 “야당 대표의 행동에 어울린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처럼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송 대표의 첫 행보부터 비난에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송 대표 체제에서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검찰개혁 등에 대한 속도조절이 언급된 데다가 당장 당청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얘기를 하니 반발하는 것”이라며 “당분간 경선에서 ‘친문’ 후보를 지지했던 강성 지지자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경선이 0.59%포인트 차 신승이었다는 점 역시 친문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당대표 선거에서 ‘친문 핵심’으로 평가받았던 홍영표 의원이 졌지만, 송 대표와의 최종 득표율 차이가 0.59%포인트 밖에 나지 않았고, 오히려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문 성향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며 친문 지지층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친문 성향의 최고위원들은 첫 최고위 회의부터 강한 메시지를 쏟아냈다. 김 최고위원은 중단 없는 검찰개혁을 주문했고, 강병원 의원은 “종부세 완화는 잘못된 처방”이라며 부동산 정책 수정에 선을 그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친문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당대표 경선에서 패배했다는 위기 의식 때문에 더 뭉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쇄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친문의 목소리만 다시 주류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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