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최근 발표한 1~3월 실적이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오늘은 라이벌인 두 회사가 실제 얼마나 잘 벌었는지, 경쟁하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누가 더 실적이 좋았는지 간단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올해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내리고 애플은 올랐던 이유가 있는 것 같네요.

먼저 삼성의 실적을 살펴보겠습니다. 1분기 전체 매출은 약 65.4조원, 영업이익은 약 9.4조입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각각 18.2%, 45.5% 올랐네요. 증권업계가 예측했던 수치(컨센서스)와 비교하면 7%, 5%정도 높은 실적을 거뒀어요. ‘어닝 서프라이즈’까지는 아니지만, 분명 양호한 실적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비자가전(CE) ▷IT&모바일(IM, 무선사업 등) 등으로 나뉘어 있죠. 애플과의 비교를 위해 IM 실적만 따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IM 부문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9.2조원, 4.4조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2.3%, 65.7% 늘어났습니다. IM 부문이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애플은 어땠을까요. 1~3월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896억달러, 27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한화로 계산하면 약 99.3조원, 30.5조원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53.6%, 114.0% 급증했습니다.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매출 증가율은 약 3배, 이익 증가율은 2.5배에 달하네요.

애플 1~3월(회계연도2분기) 영업실적 요약 [신한금융투자]

애플의 실적도 서비스(앱스토어, 클라우드, 애플뮤직, 애플TV+ 등) 부문을 제외하고 제품 부문만 따져볼게요. 아이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5% 급증한 479억달러로 업계 추정치(컨센서스)를 15.4% 웃돌았고요, 맥 제품은 매출은 70.1% 증가해 컨센서스를 33.8% 상회했으며, 아이패드 또한 78.7% 늘어나 컨센서스를 38.1% 넘어섰습니다. 어떤 제품이든 삼성전자 IM 사업부의 매출증가율(12.3%)를 크게 웃돕니다.

실적 ‘질’은 어땠는지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삼성전자 무선통신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10.2%에서 올 1분기 15.1%로 높아졌습니다. 다만 수익성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평균판매단가(ASP)를 살펴보면, 스마트폰의 ASP는 지난해 1분기 292달러에서 올 1분기 259달러로 낮아졌어요. 출하량 자체는 크게 늘었지만(작년 1분기 5800만대에서 올해 1분기 7700만대), 가성비 중저가 스마트폰 중심이어서 수익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신 태블릿PC,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이 무선통신 사업부의 이익률을 끌어올렸습니다.

애플의 이익률은 더 큰 폭으로 높아졌습니다. 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제품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약 30%에서 36%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그 주축은 아이폰이었습니다. 1~3월 아이폰 평균판매단가(ASP)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ASP(259달러)보다 3배 이상 높은 약 800달러로 추정되는데요, 이는 지난해 1분기(743달러)보다 8%가량 높아진 수준입니다.

수익성이 개선된 것은 아이폰12 시리즈 ‘프로(pro)’ 모델이 잘 팔렸기 때문입니다. 시리즈 중 가격이 비싼 ‘프로(pro)’ 모델이 전체 아이폰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작 아이폰11 시리즈 당시 45%였는데요, 이번에 55%로 껑충 뛰었습니다.

두 회사의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을까요. 올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1.8% 하락했습니다. 코스피가 6.9% 오른 것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주가 상승률입니다. 반대로 애플은 1.6% 올랐어요. 나스닥이 10.0% 상승한 것에 비하면 아쉽긴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더 역대급이었던’ 애플의 실적이 주가 흐름에 조금은 반영된 결과 아닐까 싶습니다.

hum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