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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숨 멎은 지 2년…여수 쌍둥이 883일만의 출생신고 [유령아이 353명 리포트]
2년 존재 감춰졌던 ‘쌍둥이’ 출생신고 마쳐
숨진 막내는 출생-사망신고 단 하루 차이
‘미혼모’ 생모가 넘지 못했던 출생신고의 벽
궁금했습니다. 왜 출생 사실이 기록되지 않은 아이들이 끊임없이 등장할까. 출생신고는 하나의 행정적 절차이지만, 동시에 세상에 난 존재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누릴 아동의 권리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최소의 권리에서 비껴난 아이들은 존재합니다. 우린 그들을 ‘유령아이’, ‘투명아동’, ‘그림자 아이들’ 이라고 부릅니다.
헤럴드경제는 전국 곳곳에서 발견된 출생 미등록 아동의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온통 ‘어른들의 이유’들로 아이의 출생신고는 미뤄지거나 무시된 걸 확인했습니다. 취재팀은 개별 사례의 특수성에 매몰되기보다는, 보편적인 배경과 제도적 모순을 발견하려 애썼습니다. 그간의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4부에 걸쳐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기획보도는 ‘누락 없는 출생등록,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을 목표로 활동하는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UBR Network)와 함께 조사하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합니다.
〈1부 : 기록되지 않았던 아동 353명〉 ① 뒤늦은 출생신고
지난해 11월 여수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2년 동안 방치됐던 쌍둥이가 발견됐다. [일러스트=권해원 디자이너]
2년 동안 ‘유령 아이’였던 쌍둥이

아무도 쌍둥이를 본 적이 없었다. 첫째인 우진(8·가명)이는 이웃 주민들에게 “쌍둥이 동생이 있다”며 “한 명은 기어 다니는 애, 한 명은 많이 아픈 애”라고 했다. 굶고 다니던 우진이에게 종종 끼니를 챙겨줬던 이웃 주민들은 쌍둥이 존재에 의문을 품었다. 삼남매의 친모인 지선(43·가명) 씨는 “지인의 자녀를 돌보고 있다”고만 했다. 모두가 그런 줄 알았다.

미스테리였던 쌍둥이의 존재는 지난해 11월 말에서야 세상에 드러났다. ‘아이들을 방임하는 것 같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 덕분이었다. 경찰과 지자체,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최초로 찾아 간 지선 씨의 아파트는 엉망이었다. 청소 한 번 제대로 하지 않은 집안엔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있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18평(59㎡)짜리 집에서 쓰레기 5t을 끄집어 냈다.

쌍둥이 중 누나(둘째)는 이미 두 돌을 넘겼지만 걸음마도 제대로 못했다. 게다가 막내는 2년 전에 이미 숨진 상태였다. 엄마는 그 사실을 숨긴 채 아이 시신을 냉동고에 유기해 왔다. 그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여기까지가 지난해 말 세상을 놀라게 한 ‘여수 영아 유기 사건’의 이야기다.

지난해 11월 발견된 여수 쌍둥이 중 여아는 이미 두 돌을 넘겼지만 제대로 걸음마조차 하지 못했다. 남아는 2년 전 냉장고에 유기돼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123RF]
미혼모에겐 높았던 출생신고의 벽

미혼모인 지선 씨는 쌍둥이를 집 욕실에서 홀로 출산했다. 그간 쌍둥이를 품고 있었단 사실도 그제서야 알았다. 그리곤 연희, 연우(모두 가명)란 이름을 붙여줬다. 하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까닭에 주민등록번호는 없었다. 쌍둥이의 탄생은 지자체, 중앙정부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엄마의 가족관계등록부엔 우진(첫째)이만 등재돼 있었다.

엄마가 쌍둥이의 출생신고할 의지가 없던 건 아니다. 하지만 장애물을 넘지 못했다. 자택에서 출산해 출생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가정법원으로부터 출생 확인을 받은 뒤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친자관계가 성립한다는 유전자검사 결과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데, 미혼모로서 고립된 생활을 했던 지선 씨에게 이런 법률적 절차는 높은 벽이었다.

사건 초기부터 줄곧 사례관리를 맡고 있는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친모는 여러 차례 출생신고를 시도했으나 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여수 쌍둥이 출생신고 과정 [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전남아보전은 구속된 엄마를 대신해 쌍둥이의 둘째와, 사망한 막내의 출생신고를 추진했다. 비영리공익법률단체 동행의 이소아 변호사가 돕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5일 가정법원에 출생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유전자 검사를 거쳐 쌍둥이들이 지선 씨와 친자관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법원은 올 1월 중순에 출생확인을 결정했다.

연희·연우의 출생신고서는 아보전에서 작성했다. 지선 씨는 교도소에서 변호인이 보여준 출생신고서를 확인했고 직접 서명했다. 아보전은 지난 1월 25일 여수시청에 출생신고서를 접수했다. 쌍둥이가 세상 밖으로 나온 지 883일만이다.

신고서에 출생일시를 적는 란에는 아이들이 태어난 월, 일까지만 기록됐고 태어난 시간은 비었다. 엄마가 출생시간을 기억하지 못해서다. 이틀날엔 연우의 사망신고서가 시청에 접수됐다. 막내의 출생기록과 사망기록 사이엔 딱 하루의 간격만 남았다.

이소아 변호사는 “이 아이가 세상에 있었단 사실을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동료적인 입장에서 공적으로 출생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친모인 지선 씨가 옥중에서 첫째에게 쓴 손편지. 친모 변호인인 이병주 변호사(법무법인 에스&파트너스 )의 도움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엄마의 죄책감으로 끝나선 안 돼”
‘집에서 혼자 출산을 해서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죄는 여기서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지선 씨는 지난 1월 말 형사재판부에 보낸 반성문에 출생신고를 하지 못한 죄책감을 언급했다. 2월에 쓴 반성문에는 ‘출산 사실을 아는 사람이 없고 숨겨가며 집에서 혼자 출산한 터라 증인도 없고 증명서도 없어서 출생신고를 할 수가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최근까지 일곱 차례 자필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미혼모로서 위태로웠던 삶, 자녀들을 방치한 것에 대한 후회 등 다양한 심경을 내비쳤다. 여수 사건이 알려진 뒤 서울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지선 씨와 자녀들을 돕겠다고 나섰다. 재판부 앞으로는 탄원서를 내고 미혼모의 출산, 출생신고의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 네트워크의 오영나 대표는 탄원서에 “(현행 출생신고 절차는) 자택 출산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한 여성에겐 매우 부담”이라며 “만일 출생신고만 할 수 있었다면 출산, 양육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아동의 죽음이 오랫동안 방치되는 일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자녀들을 방치했고, 더구나 한 아이는 숨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철저히 숨겨온 건 부인할 수 없는 잘못이다. 검찰은 지난달 지선 씨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오는 29일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재판부의 판단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생모나 생부만을 ‘증오의 대상’ 삼는 건 해답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세상에 나온 아이는 부모의 처지와 별개로 최소한의 안전망에서 자랄 수 있는 기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단 것이다. 김영주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단순히 나쁜 사람으로 접근하면 안 될 일”이라며 “이 사람 입장에서 뭘 할 수 있었는가를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nyang@heraldcorp.com

dodo@heraldcorp.com

헤럴드 디지털콘텐츠국 기획취재팀

기획·취재=박준규·박로명 기자

일러스트·그래픽=권해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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