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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전·월세신고제 도입을 보는 불안한 시선

정부가 오는 6월부터 수도권 등에서 보증금 6000만원, 월세 30만원을 초과하는 주택 전·월세 계약을 하면 지방자치단체에 30일 이내에 의무 신고해야 하는 ‘전·월세신고제’를 시행키로 했다. 지난해 7월 말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작년부터 시행되고 있고, ‘주택임대차신고제(전·월세신고제)’는 시차를 두고 이번에 시행되는 것이다. 이로써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게 됐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임대차제도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이 더 정교해지고 임차인 보호가 강화되는 등 다양한 순기능이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전국 임대주택 가운데 확정일자 신고 등으로 임대차계약 파악이 가능한 주택은 전체의 28.3%에 불과했다. 이번 신고제 시행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70%의 현황까지 드러나게 되면 정부가 펴는 전·월세 정책의 적확성이 높아질 수 있다. 또 임대차 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확정일자를 받게 되므로 임차인 보증금 보호 효과도 커진다. 오피스텔 상당수가 세입자에게 전입 신고를 못하게 하고 월세를 받는 일이 많았다. 공개되는 정보의 가짓수도 훨씬 늘어나 임차인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정책의 선한 취지가 좋은 결과를 담보하지 않음을 우리는 여러 차례 목도했다. 정부와 여당이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시행할 당시 내세운 명분도 ‘임차인 보호’였다. 의무 임대 기간을 늘리고 임대료 상승을 제한하면 임차인 부담이 줄어든다는 단순한 논리였다. 하지만 실제는 어땠나. 시장에 나와야 할 상당수 전셋집이 묶인 탓에 거래 가능한 매물이 급감했고, 아파트 전셋값은 수천만~수억원씩 뛰었다. 이는 고스란히 새로 셋집을 구하는 임차인들의 부담으로 돌아갔다.

이미 ‘임대차 2법’으로 시장에 줄 충격은 다 해소됐다는 시각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번 신고제로 낱낱이 드러난 임대소득이 과세자료로 활용되거나 표준 임대료 도입 등으로 이어지면 2차 충격으로 비화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2019년부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고 있다. 신고제 시행으로 세원 노출을 꺼리는 임대인 등 시장참여자들이 늘게 되면 공급이 감소하고, 늘어난 세금은 재차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혹여 정부나 지자체가 임대주택의 적정 임대료를 정하는 표준임대료 적용까지 나아가면 독일 등 해외에서도 보듯 임대주택의 질적 저하, 뒷돈 요구, 관리비 편법 인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이다. 신고제 도입이 또 하나의 시장 불안 요인이 되는 불행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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