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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신상 털릴까 무섭다”…SNS 감추고 문서 파쇄기 구매 쇄도
지난 9일 오전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를 나선 ‘노원구 세 모녀 살해’ 피의자 김태현이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자신의 민얼굴을 공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직장인 박모씨(30)는 며칠 전 소형 문서파쇄기를 주문했다. 그냥 버리기 찝찝한 택배 운송장과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처음엔 오버하나 싶었다”면서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에 구매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모씨(27)는 최근 SNS계정 삭제를 위해 디지털 장의사를 찾았다.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SNS 계정이 해킹당한 사실을 알게 된 뒤 신상정보 노출 우려도 커졌다. 이씨는 “2개를 요청했는데 삭제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 이후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 흔적 지우기에도 나섰다. 택배 주문 시 남성 가명으로 실명을 대체하고, 택배 운송장은 파쇄한 뒤 버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지인만 볼 수 있도록 비공개로 전환하고, SNS 계정이 해킹됐다면 디지털 장의사를 찾아가 삭제를 요청한다. 범죄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개인정보 유출 차단에 나선 것이다.

최근 트위터 등 SNS에서는 택배 운송장 처리 방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소형 파쇄기를 구매했다는 인증 글이 올라오는가 하면 파쇄기 구매처나 저렴한 파쇄기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파쇄기가 없을 경우 아세톤, 알코올 등으로 운송장 인쇄 잉크를 지우는 방법도 확산되고 있다.

문서 파쇄기 관련 게시물[트위터 캡처]

사회 물의를 일으킨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피해자가 무심코 보낸 사진 속 택배 상자를 보고 주소를 알아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택배 공포’도 더 커졌다.

실제 수사당국에 따르면 택배 운송장이 아니라 지난해 12월 자신의 주소가 적인 문자메시지를 통해 주소를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택배 공포가 조성된 셈이지만 여성들은 개인정보 유출 차단에 동참하고 있다.

SNS 계정도 비공개로 바꾸고 있다. 과거 생성했던 SNS 계정에 출신학교, 거주 동네 사진 등 생생한 정보가 담긴 경우도 있고,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이에 SNS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 지인에게만 노출시키거나 과거 계정을 해지하는 것이다.

SNS 계정이 해킹됐을 경우 ‘디지털 장의사’를 찾기도 한다. 디지털 장의사는 게시물, 동영상 등 온라인 개인의 흔적을 지워줄뿐더러 해킹된 SNS 계정을 대신 삭제해주기도 한다. 4~5년 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뒤 문의도 꾸준하다. 한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SNS 계정 삭제는 가장 많은 문의 건에 속한다”며 “남녀 가리지 않고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SNS 개인정보 유출 사건도 계속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최근 5억 3000만 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여기에는 이름, 거주지, 생일, 이력 등 정보도 포함됐다. 이중 한국 페이스북 이용자 12만 1000여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하우스도 이용자들의 이름, 사진, 인스타그램 계정 등 130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바 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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