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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중권 “책 쫌!” vs 이준석 “수업 쫌!”…난데없는 ‘유식 전쟁’[정치쫌!]
진중권·이준석, ‘페미니즘 논쟁’ 계속
“샌델 읽어라” vs “‘약 파는’ 수업”
진중권(왼쪽) 전 동양대 교수와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읽어보셨는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뚜 웨이밍(Tu Weiming) 수업을 추천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진영은 다르지만 ‘케미’를 보여줬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공부 좀 하세요!”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주고 받고 시작했다.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진보·보수 진영의 대표적인 ‘토론 베테랑’들이 맞붙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이 연일 ‘페미니즘’ 논쟁을 하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은 4·7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은 것은 이들이 페미니즘 정책에 반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진 전 교수가 이에 “질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저격한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일부 캡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페이스북 일부 캡처.

이들은 진 전 교수의 지난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종일 설전을 벌였다.

진 전 교수는 당시 “(이 전 최고위원의 안티페미니즘)스탠스로는 망하기 딱 좋다”며 “굳이 망하겠다면 말릴 수는 없지만, 그래. 한 번 붙자”라고 썼다. 이 전 최고위원은 곧장 “안티 페미니즘이 아니라니까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진 전 교수가 이에 다시 “마이클 샌델은 읽어보셨는가. 이 분은 하버드에서 강의를 한다던데”라고 쏘아붙이자 이 전 최고위원은 “제가 다닐 때 외려 저희 학년은 ‘약 파는’ 수업이라고 많이 안 들었다. 뚜 웨이밍 교수의 신 유교윤리 수업을 추천한다”고 받아쳤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미국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과 학사 출신이다.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은 같은 학교 정치학과 교수다.

진 전 교수는 “누군지는 모르겠고, 샌델은 존 롤즈(John Rawls)를 씹은 논문으로 좀 알려져있다. 아무튼 개나 소나 다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보라. 남초 사이트에서 통할 이야기를 갖고 덤비면 곤란하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읽어보겠다. 그런데 저희 학교에서 이미 ‘약 장수 수업’으로 결론이 났는데 왜 샌델에 의지를 하는지”라고 받아쳤다. 진 전 교수는 “내가 철학 전공인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네. 물론 내 공부가 부족한 탓이겠지”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렇죠. 신유교윤리는 상당히 유명한 영역”이라고 응수했다. 진 전 교수는 “정작 전공자인 나는 들어본 적 없는 이름. 아무튼 좋은 학자를 소개시켜줘 고맙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2030의 안티페미니즘에 반대하는가. 아니면 그들도 준석씨 기준으로는 안티 페미니스트가 아닌 것인가”라고 했고, 이 전 최고위원은 “저는 안티 페미니스를 자처한 적 없다. 섀도 복싱을 하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 종일 이어진 두 사람의 설전은 지금은 끊겼다.

다만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새로운 글을 쓰고 “백래시(backlash)에 대한 반격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안티 페미들의 헛소리를 듣는 것도 이제 지겹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15일 페이스북에서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는 이제 84.5%”라며 “언제까지 이 불만을 투덜거림으로 치부하고 이들에게 ‘페미니즘은 외워라’라고 찍어누를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이 페미니즘으로 설전을 벌이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이 전 최고위원이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쓴 4·7 재보궐선거 분석 글이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민주당이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박원순 시장 성추문 앞에서 페미니스트들이 만족 못할 ‘피해호소인’ 이야기를 하니 그 표도 달아나 20대 여성층에서 군소 후보에게 15%를 뺏긴 것”이라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게시물에 댓글로 “아주 질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건 50대 이상 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20·30의 인식이 달라서 그렇다”고 대응했으나, 진 전 교수는 이에 “뭘 크게 착각한 것 같은데 계속 그렇게 해봐라. 말 한 마디로 순식간에 곤두박질치게 만들어줄 테니까”라고 경고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이 이같은 글을 올린 다음 날인 10일 페이스북에서 “안티 페미니즘 선동으로 얻을 표 따위로 이길 리도 없겠지만 설사 이긴다고 해도 그 세상은 아주 볼 만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금 20·30(중 남성?)은 어쩌면 이미 성평등의 최종 도달 ‘status(상태)’에 상당히 도달했고, 그걸 넘어서는 것은 또 다른 밸런스 붕괴라고 생각하는 것일지도…”라고 댓글을 달았다. 진 전 교수는 “공부 좀 하세요. 정치를 하시려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두 사람은 이번 페미니즘 논쟁이 있기 전까지는 같은 방향으로 목소리를 낸 일이 많았다. 두 사람 다 좌우 양극단과 거리를 둬와서다.

진 전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이 20·30 청년유세단을 기획한 일을 놓고 “준석이가 잘한다”고 평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에 “마음은 20대, 가죽잠바를 입고 다니는 경비행기 조종사도 무대로 모실까요”라고 제안키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20·30 유세차량에 오른 한 20대 남성을 저격한 데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이 비판하자 진 전 교수는 “누구처럼 가짜 인턴은 아니잖아. 준석아, 이렇게 치는거야. 그 좋은 재료를 갖고 찌개를 끓이면 되나”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에 “역시 석사 학위 하나 더 있는 차이가…”라며 ‘주거니 받거니’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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