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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도 늦다, 더 빨리 빨리…라스트마일이 뒤흔든 유통[언박싱]
가격보다 배송이 쇼핑 선택의 주요 기준
새벽배송에 이어 당일·1시간·30분 배송도
대규모 물류투자에 ‘적과의 동침’도 거뜬
쿠팡 직원이 새벽배송인 ‘로켓프레시’ 주문상품을 포장하고 있다.[쿠팡 제공]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퇴근 후 방 전등이 나간 것을 발견한 30대 직장인 A씨는 배달앱을 통해 마트에서 전구 등을 주문해놓고 휴식을 취한다. 30여 분 후 전구와 제육볶음 밀키트를 받은 김씨는 전구도 갈고 만족스러운 저녁식사도 해결했다. 김씨는 “사러 나가기 번거로운 늦은 밤에도 편리해, 한번 쓴 뒤로는 점차 사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밤 자기 전에 주문해놓으면 다음날 아침 현관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새벽배송 상품부터, 1시간 이내에 가져다주는 빠른 배송까지 각종 배달은 일상을 바꿨다. ‘로켓배송’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성장한 쿠팡처럼 배송 경쟁력이 없이는 도태될 위기다. 당일배송을 넘어 더 빨리, 더 신선하게, 고객이 원하는 맞춤 배송의 진화는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느린 것은 못참아’…배송이 쇼핑 선택 기준으로

모바일 리서치 회사 오픈서베이가 공개한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주구매 온라인몰 이용 이유로 ‘배송이 빨라서’라고 한 응답이 24%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은 것 역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배송을 해 줘서’(10.7%)다. 가격이나 품질보다 배송 만족도가 우선이라는 뜻이다.

지난해 두배 이상 성장한 새벽배송 시장도 배송 경쟁력이 핵심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새벽배송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새벽배송 관련 소비자불만은 총 144건으로, 이중 ‘배송지연’이 21.5%(31건)로 가장 많았다.

배송서비스가 만족도의 기준이 되다보니, 최근 유통업계에 벌어진 최저가 경쟁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을 이용하는 기준은 가격이 아닌 당장 내일 아침밥,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을 받을 수 있느냐”라며 “배송서비스를 통한 ‘락인 효과’가 강력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도 앞다퉈 배송서비스에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풀필먼트 센터 내부 모습.[홈플러스 제공]

라스트 마일(소비자에게 물건을 전달하는 마지막 구간)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집앞 편의점도 배송을 시키는 시대다. 배달대행업체 부릉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배송은 전년대비 212% 증가했으며, 올해도 큰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설사 몇천원의 배송비가 붙더라도 편하게 빨리 받아보는 생활에 익숙해진 것.

기업형 슈퍼마켓(SSM)도 ‘1시간 배송’ 같은 빠른 배송이 대세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수퍼마켓(GS더프레시)은 지난해 12월부터 도심에 있는 점포를 세미다크스토어로 활용해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지난 2월부터 직영점 인근 고객을 대상으로 자체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1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1시간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롯데슈퍼는 인천(신현센터), 경기(시흥센터)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빠른 것을 넘어 새롭게 “맞춤 배송 서비스는 진화중”

물류경쟁력에서 한발이라도 앞서나가기 위해 유통업게는 올해도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 및 고도화, 물류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 등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LG경제연구원의 ‘2021년 국내외 경제전망’에 따르면 서비스업 부문은 지난해 수요부진으로 기업실적이 좋지 않아 전반적으로 투자여력이 높지 않으나, 최근 투자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시장경쟁이 확대되는 유통업을 중심으로 물류확대 및 자동화를 위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e-커머스업계의 새로운 배송서비스도 연일 나오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는 자체 콜드체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판매자들의 물류센터에서 바로 출고하여 고객에게 배송되는 ‘셀러플렉스’를 선보였다. 신선식품은 아직 온라인 침투율이 낮아, 성장가능성이 크다. 마켓컬리도 신선식품 물류센터를 김포에 최대규모로 마련하고, 도약을 선언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국은 글로벌 내 대표적인 온라인 고침투 국가로, 향후 한국 온라인 시장은 식품과 같은 저침투 카테고리 성장이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11번가의 '오늘 주문 내일 도착' 서비스 이미지 [11번가 제공]

국내 e커머스업계 1위로 2025년까지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고 나선 네이버는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 센터를 오는 7월 오픈하며 쿠팡에 맞선다. 다양한 물류스타트업과 손잡은 네이버는 빠른 배송 뿐 아니라 대형가구, 명품 등 상품별 다양한 배송 니즈에 맞춘 특화된 배송을 지향한다. 특히 네이버는 신세계그룹과 지분 맞교환을 통해 동맹을 맺고, 신선식품과 명품 등의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한편 신세계의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한 2~3시간 내 배송도 가능할 전망이다.

물류 고도화를 위해 네이버는 이미 CJ대한통운의 ‘곤지암 e-풀필먼트 센터’에 물류 수요 예측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바 포캐스트(CLOVA Forecast)’를 시범 적용 중이며, CJ대한통운과 친환경 메가물류센터를 구축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우체국과 손잡은 뒤 빠른 배송을 예고했던 11번가는 ‘오늘주문 내일도착’ 서비스를 국내외 23개 대표 브랜드에 한해 이달 시작했다. 대전우편물류센터에서 11번가 판매자 상품의 입고·보관·출고·반품·재고관리가 가능한 풀필먼트 서비스로 우체국의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국 읍면 단위의 촘촘한 배송 인프라가 강점이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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