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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쫄보언니 챌린지] '비보잉'을 배워봤다…나도 모르게 ‘비며들었다’
1.5세대 비보이 조성국 라스트포원 대표

헤럴드스토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덜컥 '브레이크 댄스'를 배워보기로 결심하자, 걱정부터 앞섰다. 뻣뻣한 관절과 시도 때도 없는 버퍼링을 일삼는 몸치 수준의 박자 감각…. 무모한 도전이 될 거라 지레짐작했다. 더 늦기 전에 포기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1.5세대 비보이 조성국 라스트포원 대표를 만나기 전까진 그랬다.

브레이크 댄스로 불리는 '브레이킹(비보잉)'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양각색이다. 누군가에겐 로망이고, 누군가에겐 '말 안 듣는' 애들의 놀이문화이기도 하다. '힙스터'의 상징이기도 했고, 춤꾼들의 전유물로도 여겨졌던 그것. 자신을 X세대라고 말하는 40대 초반의 김규환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무렵 힙합 문화를 처음 알게 되며 음악, 패션, 춤에 관심을 가졌다"며 "그 당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이 친구들 사이에선 자랑거리였다. 학교 복도와 한강에서 윈드밀을 추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댄스의 매력은 한 마디로 '멋'이다. 김 씨는 "20대 초반 무렵 클럽에 가면 비보잉 배틀이 벌어졌다"며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과 망신 당할 것 같은 두려움을 갖게 한 춤이었다"고 회상했다. 흉내낼 수 없을 것 같은 멋있는 춤과 어쩐지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갈망이 그 시절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렸다. 1.5세대 비보이 조성국 라스트포원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조성국 대표는 지난 20여년 대한민국 비보이의 역사를 함게 해왔다. 국제 대회를 석권하며 '비보이 1등' 대한민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주인공. 최근 서울마포음악창작소에서 만나 브레이킹을 배워봤다.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두려움은 짧은 시간 거센 파도처럼 몰아치더니, 기어이 헛웃음이 나기 시작했다. 그 때 들려온 한 마디. "어렵고 난이도가 높은 것만이 브레이킹이 아니"라는 선생님의 말씀.

비보잉은 기본적으로 서서하는 동작과 밑에서 하는 동작으로 나뉜다고 한다. 이날의 수업은 '서서 하는 동작'의 기본 스텝부터 시작했다. '서서 하는 동작'을 통틀어 부르는 용어는 '톱록'(Top rock)이다.

조성국 라스트포원 대표 [마포문화재단 제공]

이날 배워본 동작은 '인디안 스텝'(Indian step)과 '킥 앤드 사이드'(Kick and side). 일일강사가 돼준 조성국 대표는 "체조 같은 동작"이라며 인디안 스텝의 시범을 보여줬다. 가운데로 손을 모아 교차한 뒤 오른쪽, 왼쪽으로 발을 교차하는 것. 여기에 '업, 다운'으로 리듬을 타주면서 인디안 스텝을 하면 누구나 비보잉에 입문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위 아래'('EXID 아님' 주의)로 리듬을 타주는 것과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킥 앤드 사이드'는 "비보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스텝"이라고 한다. 정면을 향해 오른발을 찬 뒤 내려놓고, 왼쪽 발을 '사이드'(옆쪽)로 옮기면 된다. 선생님의 동작을 보기만 할 땐 과연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스텝인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따라해보면 또 다르다.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해보니, 제법 리듬을 타는 나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조 대표는 여기까지가 "음악을 듣고 춤을 출 수 있는 기초동작"이라며 "너무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선생님의 눈높이 수업이 자신감을 불어넣자 더 복잡한 동작까지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넘어간 다음 동작은 '풋 워크'(Foot work). 토끼뜀을 뛰듯 쪼그리고 앉아 양손을 바닥에 짚는다. 이 때 두 발은 '엎드려 뻗쳐' 자세를 하듯 뒤로 뺀다. 그런 다음 이어지는 것이 '식스 스텝'(Six step). 여섯 번의 발동작으로 한 바퀴를 도는 것이다. 첫 시도에선 익숙하지 않은 동작과 불편한 자세로 비명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눈으로 익혀 따라하니 나도 모르게 여섯 번의 스텝으로 바닥에서 원을 그린 동작을 완성했다. 일단 한 번 돌아보면, '브레이크 댄스'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비보잉 입문자에게 매긴 선생님의 점수는 80점! "처음 한 것 치곤 잘했다"며 "눈으로 보고 따라한 것 자체가 너무나 훌륭했다. 그리고 스스로 해낸 춤의 동작과 모양이 좋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칭찬으로 마무리된 수업 이후, 도무지 흥의 질주를 멈출 수 없었다. 조금 더 어려운 동작을 배우고 싶고, 조금 더 빨리 돌고 싶은 갈망이 스물스물 피어났다. 나도 모르게 '비보잉'에 '비며들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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