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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오세훈식 독자 방역, 취지 이해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준비된 시장’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 8일 취임하자마자 선거공약이었던 신속한 주택 공급과 부동산 세제 완화 실행계획에 착수하더니 12일에는 오세훈표 독자 방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10년 만에 복귀했다지만 재임 시장의 저력과 경험, 그리고 57.5%라는 압도적 득표율이 자신감으로 작용해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을 펴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률적인 규제 방역에서 벗어나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 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영업시간 등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예를 들어 헌팅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 등은 밤 12시, 홀덤펍과 주점은 오후 11시, 콜라텍은 오후 10시까지로 완화하는 방안이다. 자가진단키트와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면 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 감염 예방 효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상생 방역은 사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일부 전문가도 줄곧 주장해온 것으로 새로울 게 없다. 그동안 확진자가 늘어나면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체기합 방식의 획일적 규제가 잇따랐고, 식당은 되고 카페와 헬스클럽은 안 되는 식의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영업 제한에 따른 손실 보상은 쥐꼬리인데 시일도 오래 걸리고 재정 부담도 큰 만큼 영업권을 보장해 자영업자의 숨통을 터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많다.

문제는 상생 방역의 한 축인 자가진단키트의 정확도가 아직은 현저히 낮다는 데 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연구팀 검증에선 정확도가 17.5%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10명 중 2명만 양성으로 진단하고 8명은 음성으로 잘못 진단했다는 얘기다. 잘못된 음성 판정 감염자가 맘 놓고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확신시킬 우려가 큰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은 행락철 인파로 지난 1주일간 하루평균 확진자는 500명을 훌쩍 넘어 거리두기 2.5단계 요건에 해당되는 정도다. 자영업자의 고통을 참작해 정부가 진즉 ‘자율과 책임’이라는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을 마련했는데도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다.

4차 대유행의 문턱까지 온 지금 상황은 상생 방역이라는 명분으로 리스크가 큰 실험을 할 때가 아니다. 그 실험 대상이 국민의 생명과 생업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마땅하다. 잔여 임기가 1년 남짓이다 보니 민생 해결에 속도전을 펴는 오 시장의 행보는 이해할 만하나 자칫 성급한 결정으로 일을 그르쳐선 안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엇박자를 보는 국민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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