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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보가 된 반도체기술과 한국의 ‘전략적 모호성’ [한반도 갬빗]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을 초청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에 대해 대책을 논의한다. 첨단기술 분야를 안보문제로 설정한 강대국들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시장경쟁력을 높여온 한국은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석유패권 저물고 반도체 패권이 뜨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동향 [그래픽=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석유시대가 저물고 반도체 시대가 왔다. 셰일가스와 수소·전기 에너지 기술 고도화로 석유가 국가의 산업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중치는 크게 떨어졌다.

반면 AI와 5G네트워크 등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의 기본적인 바탕 역할을 수행하는 반도체 기술은 국가 산업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변수로 부상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시장이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는 핵심배경 중 하나다.

문제는 한국의 반도체 시장구조다. 과학기술통신부가 지난달 공개한 2월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한국 반도체산업에서 대(對)중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9%를 차지했다. 반도체 제조분야에 역량을 집중한 한국 반도체산업 특성상 반도체 설계를 주력으로 한 미국업체들도 주요 고객이 될 수밖에 없다. 선택을 강요받는 한국이 쉽게 대응에 나서기 힘든 이유다.

때문에 정부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반도체와 5G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미국과 중국이 각각 강조했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술과 외교안보의 융합으로 통상기능→외교부 복원 필요성 언급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부터),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 [연합]

그러나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 할수록 ‘전략적 모호성’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메모리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로 산업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현 ‘수출입동향’을 바탕으로 짠 대응전략은 장기적 산업경쟁력을 육성하는 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거시적인 국제정치경제 동향을 중심으로 통상교섭업무를 수행해왔던 외교부에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대외통상교섭 기능은 1998년부터 외교통상부로 일원화됐지만,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교섭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됐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3일 개최한 한중 외교장관회담 [연합]

현재 미국과 중국은 핵심 외교안보 부처가 반도체 및 첨단 기술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미 국방부는 반도체, AI, 5G 네트워크 등에 대한 전폭적인 연구개발(R&D) 계획 등을 반영한 2022년 국방수권법(NDAA) 검토에 착수했다. 미 상원도 국무부에 5G,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분야에서 공통의 기준과 규범을 만드는 작업을 수행하는 부서를 신설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략적 경쟁법’을 발의했다. 중국도 지난 3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 등 ‘양회’를 거쳐 반도체기술 자립을 위한 정책보완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전직 통상교섭 분야 관료는 “급변하는 국제 경제·통상 환경에서 거시적인 국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대응하려면 범정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 주요 외교안보부처에서 관련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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