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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1천만원 수익은 우습다”…‘꼼수’까지 동원한 배달족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쿠팡이츠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계정 4개 돌리면, 기본 시급 3만원이고 많게는 7만원까지 갑니다.”

특정 배달 기사들이 쿠팡이츠 시스템에 접근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배달 호출(콜)이 왔을 때 그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고 직접 수락하는 일반 기사들과 달리, 거리가 짧으면서도 단가는 높은 이른바 ‘꿀콜’만 자동으로 골라 수락하는 프로그램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특히 한 번에 한 가지 음식만 배달한다는 쿠팡이츠의 원칙에도 위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 기사들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쿠팡이츠 고수익자들은 GPS 때문이라기보다는 ‘지지기’ 때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배달기사 A씨는 “개인이 개발한 지지기 프로그램이 소수에게만 배포돼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시급 3만원, 토요일에는 4만원, 단가가 높아졌을 때는 7만원까지 찍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지기란 핸드폰으로 안내 된 정보를 직접 확인하고 직접 손으로 클릭 및 터치해서 수락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한 일종의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본인이 선호하는 기준을 입력해 그 기준을 충족하는 콜만 자동으로 수락한다. 퀵서비스나 대리운전, 배달대행 등 콜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업계에서 암암리에 개발돼 활용돼 왔다.

쿠팡이츠와 같은 전국구 서비스에서도 지지기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한 배달기사가 쿠팡이츠를 통해 하루 75만원가량의 수익을 올렸다는 인증글을 올린 뒤 업자들 사이에서 ‘비결이 뭐냐’, ‘조작이다’ 등 갑론을박이 있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지지기에 대한 폭로가 나온 것이다.

특히, 쿠팡이츠의 지지기는 ‘한 번에 한 가지 음식만 배달한다’는 쿠팡이츠의 방침까지 무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쿠팡이츠 배달기사는 하나의 배달을 완료하기 전에는 다른 콜(호출)을 접수할 수 없다. 하지만 지지기를 이용하면 가족이나 지인의 이름까지 동원해 핸드폰 하나로 여러 계정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고, 최대 6개 계정을 운영한 기사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7~8명 정도가 내가 사용하는 지지기를 사용했는데, 단거리 콜 10~20% 정도는 쓸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단거리 호출 위주로 수락해 한 시간 동안 7~10개에 달하는 주문을 수행하면 계정 4개를 동시 운영할 때 기준 시급이 3만~4만원에 달한다. 하루 30~40만원 정도로, 월 단위로는 1000만원 이상 수익이 가능한 수준이다.

지지기 프로그램은 누가 어떻게 개발해 어떤 과정으로 공급됐을까. A씨 설명에 따르면, 지지기는 지난 2019년 쿠팡이츠 서비스가 시작됐던 초창기부터 한 배달 기사가 지인에게 부탁해 앱으로 개발됐다. 앱의 존재가 알려지면 차단될 수 있기 때문에, 당시 정보를 함께 공유하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 참여자 수십명에게만 별도의 인증을 거쳐 프로그램을 배포했다. 지지기를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배달기사 B씨는 “회비는 없었다. 가끔 채팅방 방장과 개발자에게 돈을 모아 선물을 사줬는데, 평균적으로 들어가는 돈이 월 2~3만원 정도였다”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지기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쿠팡이츠 약관 위반이다. 쿠팡이츠는 비인가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GPS 신호를 임의로 조작하는 등 행위를 통해 회사의 서비스 운영을 방해하는 경우, 배송 파트너 자격을 제한하거나 앱에 대한 접속 권한을 박탈하고 계약해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부정한 방법을 통한 수익이라는 점이 입증될 시 환수 조치도 가능하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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