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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언론 동시 압박’ 피의사실공표죄 10년간 재판 넘겨진 사람 한명도 없었다
10년간 339건 檢접수, 기소 0건
현직 판사 “사문화 조항...폐지해야”
피의사실공표, ‘선별적 잣대’로 논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검찰이 이른바 ‘청와대 기획 사정 의혹’ 수사 관련 피의사실 유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하지만 피의사실 유출에 대한 선별적 기준 적용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다, 청와대 관여 여부를 수사 중인 사안에 감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는 점에서 문제란 지적이다.

9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 기간 동안 339건이 검찰에 접수됐지만 기소까지 간 사례가 없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형법에 규정된 피의사실공표죄가 사실상 사문화 된 조항이라고 본다. 형사사건 재판부의 한 현직 부장판사는 “실무에서 피의사실공표 혐의 사건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때문에 이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또 다른 현직 부장판사는 “사문화 된 처벌 조항을 남겨 둘 경우 자의적 해석에 따른 판단으로 특정 사안만 문제삼을 수 있다”며 “이 경우 사실상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법 자체가 아니라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문화 된 피의사실공표죄 역시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폐지가 맞다”고 덧붙였다.

실제 피의사실공표가 논란이 되는 이유도 ‘선별적 잣대’가 적용된다는 점에 있다. 어떤 사건에선 피의사실이 적극적으로 알려져도 전혀 문제시 하지 않지만, 특정 사건에서만 유독 문제삼는다는 점이다. 박 장관이 피의사실 유출 경위 조사를 지시한 과거사 사건에 대한 기획사정 의혹 사건 역시 청와대 인사의 관여 여부 확인을 위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창 수사 중인 사안을 두고 수사팀에 대한 감찰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결국 청와대 관련 수사에 대한 견제 차원 아니냐는 의심이 많다.

형사사건 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이번 정부 들어 어떤 사건은 악착같이 보도를 틀어막으려 하고, 어떤 사건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리려 하는데 그 기준이 없다”며 “수사 중인 사건에 피의사실 유출 진상 조사를 지시하고 감찰 가능성도 언급하는 걸 상식적이라 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란 것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이 되니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면 결국 언론의 자유와 더 가깝게 이어진다”며 “권력기관 관련 의혹이야말로 가장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장관은 전날 “일관되게 피의사실공표에 대해 지적을 해왔고 법안도 대표 발의 한 적 있다”며 “내로남불이라는, 적어도 피의사실공표와 관련돼서는 지적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주요 수사 사건이었던 국정농단과 사법농단 사건에서도 주요 인물들의 피의사실이 기소 전 알려졌다. 여론은 당시 피의사실공표를 문제삼지 않았고, 여권도 피의사실공표 자체를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 수사를 비롯해 현 정권 인사가 관련된 사건에선 여권을 중심으로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반복 제기됐다. 조 전 장관 관련 수사가 한창이던 2019년 12월부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라는 법무부 훈령이 시행됐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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