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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실주공5·은마...재건축 대장주 “이제 우리 시대 열리나”
吳 시장 “취임 일주일내 규제 풀것”
층고제한·안전진단 기준 완화 공약
강남·여의도·목동·상계 등 기대감
압구정 현대 신고가 거래도 활발
재건축 규제완화 집값자극 가능성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정비사업계획안이 수권소위원회에서 발목 잡힌 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일주일 만에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으니 달라질 겁니다.”(정복문 잠실주공 5단지 조합장)

“18년 째 조합 설립도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추진위 단계에서 벗어나야죠.”(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 운영위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표류했던 단지를 중심으로 화색이 돌고 있다.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일 것이란 기대감이 한층 부풀어 오른 것이다.

▶전 시장 억눌렀던 재건축 단지 기대감 커져=8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 시장은 후보 시절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면서 ▷한강변 ‘35층 룰’(층고제한) ▷안전진단 통과 기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의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투자 수요가 몰리는 재건축 단지를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보고 집중적으로 규제했던 현 정부와 달리, 서울 내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본 것이다. 특히 인허가 등의 문제로 장기간 사업이 표류하거나,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는 강남구 압구정동·여의도 등의 재건축 단지는 오랜 기다림 끝에 사업 추진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아울러 안전진단 벽에 막혔던 목동과 상계동 아파트들의 재건축 발걸음도 한층 가벼워질 전망이다.

이런 기대감은 실거래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이하 전용면적)는 지난달 2일 신고가인 2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1월 21억7000만원, 2월 22억원에서 고점을 높였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245.2㎡는 이달 5일 80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8월 같은 면적이 65억원에 거래된 후 15억원 뛰었다. 이 지역 ‘현대1차’ 196.21㎡는 지난달 63억원에 거래됐는데, 한 달 전 거래건보다(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사업에 잇달아 ‘청신호’가 켜졌다고 표현했다.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만 입주권을 주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압구정동 일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조합 설립 움직임이 나타났고, 이것이 ‘사업 진척’ 신호로 읽혔다. 조합 설립 이후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이어지면서 사업 추진이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했다고 이 중개사는 설명했다.

이춘란 리얼리치에셋 대표는 “실질적인 주택 공급 효과까지 보려면 재건축 시장에서 규모나 상징성이 큰 단지의 규제를 푸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잠실주공5단지나 은마아파트 등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투자 수요의 진입이 쉽지 않지만, 실거주를 감안하고서라도 매수할지에 대한 수요자의 고민은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주거지역 용적률 상향을 법정 상한선까지만 올려도 50~100% 올릴 수 있다”며 여의도, 용산, 성수, 목동 등의 수혜를 예상했다.

재건축 단지의 신고가 행진은 서울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관망세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2·4 대책 발표 직전인 2월 첫째주 0.10%를 기록한 뒤 8주 동안 서서히 상승폭을 줄여 3월 다섯째주 0.05%를 기록했다.

▶재건축 규제완화, 서울 집값에 다시 불붙이나=통상 강남 재건축 시장이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선거 이후 전반적인 시장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 후보가 시장 취임 직후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집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재건축 연한 단축과 초과이익환수 유예 등의 규제 완화는 전반적인 주택가격 상승압력으로 작용한 바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재건축 단지와 일반 아파트가 별개로 움직인다고 보긴 어렵다”며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면 인근 아파트가 움직이고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세는 시장 분위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오 시장이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예고한 만큼 공공재건축에는 악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재건축 정책과 집값 흐름이 무관하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오 후보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서울 아파트 시장 전체로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양영경·최정호·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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