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을 만난 선율...팬데믹시대 ‘백신음악’이 되다
MIT 연구진, 4분 30초짜리 ‘마 단조’ 발표
바이러스 단백질 항체 진동수 음계로 전환
빠르고 역동적인 음악에 코로나 위협 ‘Bye’
원형준 음악감독 지휘로 세계 최초의 무대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4분 30초 짜리 코로나 백신 음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과 구조를 음계로 전환, 4분의 4박자로 이뤄진 마단조의 곡으로 태어났다. 오케스트라는 이 곡이 향후 바이러스 위협 완화에도 도움이 되리란 입장을 밝혔다.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제공]

팬데믹은 클래식 음악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시대의 오케스트라는 무대 위 거리두기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연주를 이어갔고, 감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소규모 편성으로 관객과 온, 오프라인에서 만났다. 전 세계가 주목할 만한 이색적인 시도도 있었다. 과학과 음악이 만났다. 코로나19 시대에 등장한 ‘백신 음악’이다.

원형준 음악감독이 진두지휘하는 린덴바움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는 전체 46마디, 4분의 4박자로 이뤄진 ‘마단조’(E minor)의 ‘코로나19 백신 음악’을 발표했다. 피아노, 현악, 알토 색소폰과 성악 평성으로 구성된 4분 30초 짜리의 음악. ‘코로나19 백신 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다. 한 번도 본 적 없고, 들은 적 없는 음악인 셈이다.

음악을 작곡한 주인공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도시환경공학 학장인 마르쿠스 뷸러 교수다. 뷸러 교수는 “생물학적 소재와 과학적인 도구로서의 음악의 관계를 보기 위해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 바이러스의 진동주파수를 음계로 전환하는 음악적 모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백신 음악 역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항체화된 단백질 구조를 음계로 표현했다.

뷸러 교수는 “우리는 코로나19 연구에 있어서 바이러스와 상호작용하는 카운터멜로디 설계를 연구해 바이러스의 위협을 완화할 새로운 방법을 찾고자 노력 중이다”라며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세포에 붙는 것보다 더 가깝게 붙는 단백질을 설계해 더 이상 우리 세포로 들어갈 수 없게 하는 방법이다. 이는 음악적 형태가 제시한 매우 흥미로운 관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오디오가이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음악 세계 초연 무대엔 세계적인 소프라노 카트리나 프롬파네, 피아니스트 윤유정, 첼리스트 김승세, 색소포니스트 소재란, 더블베이스 이동혁, 바이올린 신민제, 임채린, 심예서, 색소폰 앤드류 김, 에드워드 연 등 젊은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원형준 음악감독은 코로나19 음악을 바이올린으로 편곡해 공연한 데 이어 코로나19 백신 음악 세계초연의 감독을 맡았다.

원 감독은 “지난해 연주했던 ‘코로나19 음악’은 말 그대로 코로나 바이러스 그 자체의 음악이었다”라며 “바이러스의 단백질 스파이크가 음악으로 바뀐 것이라 전체적으로 매우 느리고 3800마디 이상의 약 1시간 50분의 매우 긴 작품이었으나 이번 ‘코로나19 백신 음악’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항체가 나열된 음악”이라고 말했다. 두 단백질이 가진 고유의 파동 주파수를 음악으로 바꾸니, 코로나19 음악과 코로나19 백신 음악은 완전히 다른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 두 단백질을 분별해내는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원 감독은 “음악으로 연주된 소리로 들으면 코로나 바이러스와 항체의 다른 점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완성된 백신 음악은 바이러스 음악과 달리 빠르고 역동적이다. 경쾌하고 생기있는 변주가 인상적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파트는 빠른 음표들을 주고 받았고, 첼로와 더블 베이스는 긴 음과 익살스러운 리듬으로 대신했다. 알토 색소폰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64분 음표의 빠른 리듬을 소화하는 프레이징을 구사하고, 성악은 반복되는 애절한 멜로디로 음악적 표현을 한층 더했다.

원 감독은 “진동 주파수를 연주자들이 표현할 수 있다는 과학적 발전에 경의를 표한다”라며 “백신 음악은 음악적으로도 생기 있고 인간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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