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칼럼] 다시 핀 벚꽃...사라진 ‘K-신드롬’

1년 전 대한민국의 자존감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일찌감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강타당했던 대한민국은 이른바 ‘K-방역’을 앞세워 지난해 4월 30일 ‘국내 확진자 0명’의 기적(?)을 일궈냈다. 방역 당국의 치밀한 동선 추적과 국민의 방역수칙 준수 등이 더해지며 코로나19 창궐의 흐름에서 홀로 벗어나 전 세계적 동경의 대상에 올랐다.

방역의 성공은 기업들이 생산현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대한민국은 중국과 함께 코로나19 와중에 생산차질을 빚지 않은 ‘유이한 국가’로 꼽힌다. 이후 2차전지·반도체·자동차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주요 수출산업에는 나란히 ‘K’가 붙었다. 수출은 폭증했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산업구조 전환과 맞물려 장밋빛 청사진이 곳곳에서 그려졌다. 심지어 세간에서는 ‘국운의 상승 기운이 대한민국을 감싸고 있다’는 말까지 회자됐다. 이는 지난해 대한민국 증시의 압도적 상승을 이끈 동력이기도 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G20 국가 중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1년이 흘렀다. 코로나19는 여전하지만 다시 벚꽃이 피었다. 코로나19에 익숙해져서일까. 집합 금지 규제를 제외하면 경제활동은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듯싶다. 수출 호황은 여전하고, 보복소비 탓에 내수도 일부 회복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굳이 달라진 걸 꼽자면 아마 대한민국의 위상일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의 동경 대상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동정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너무나도 더딘 백신 접종 속도 탓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한국은 인구 100명당 1.93도스(1회 접종량)의 백신이 접종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7개국 중 3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경제활동이 상당 부분 복원됐는데도 강력했던 한국 증시가 전 고점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을 듯싶다. 코로나19 이후 기대감을 서둘러 반영한 한국 증시에 남은 건 초조함과 실망감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완연한 봄 날씨에도, 확진자는 연일 증가세다. 일 확진인원이 600명을 넘어 ‘4차 대 유행’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11월 집단면역 기대감은 점점 멀어져 간다. 집단면역 시점까지 증시의 상단은 제한될 것이다. 아니, 늦어지는 경제정상화에 조정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방역후진국’으로 비하하던 미국을 보자. 미국은 기축통화의 지위에 힘입어 1조9000억달러(약 2160조원)에 달하는 코로나19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키더니, 이제는 2조달러(226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제조업활동지수는 3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의 신고가는 계속 바뀌고 있다. 백신의 빠른 접종 속도에 그들은 코로나19 이후의 일상을 준비한다. 이제는 경기과열을 걱정할 정도다.

미국 증시의 강한 에너지를 지켜보는 동학개미들은 점차 지쳐간다. 1년 사이에 급변한 한국의 위상이 야속할 뿐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그나마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위안을 가질 뿐이다. 당분간 눈높이를 낮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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