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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2016년 미국과 닮은 2021년 한국의 정치상황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4·15 총선에서 전례 없는 대승을 거둔 후 같은 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정부 여당의 상황은 1930년대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민주당 정권과 비슷한 듯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는 대공황과 견줄 만했고, 전 대통령의 탄핵을 딛고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약 100년 전 당시 무능했던 공화당 정권심판론을 업고 권력을 움켜쥔 미국 루스벨트 민주당 정부를 떠올리게 했다. 루스벨트가 ‘뉴딜’을 발판 삼아 30년 가까운 민주당 장기집권 시대를 열었듯이 문 정부에도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의 ‘20년 장기집권론’이 꿈만은 아닌 듯했다. ‘탄핵 뒤 집권+총선 압승+한국판 뉴딜+장기집권’ 패키지는 민주당으로선 설레는 ‘청사진’일 만했다.

그러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분위기는 돌변했다. 차기 대선을 11개월 앞둔 현재 정부 여당의 상황은 차라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미 대선 때와 더 가까워 보인다. 버락 오바마라는 걸출한 스타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트럼프라는 ‘정치적 이단아’를 내세운 공화당에 정권을 내준 당시 미 민주당과 여러모로 흡사해 보인다.

트럼프가 당선된 2016년 미 대선의 이변 원인에 관해선 이미 여러 분석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은 ‘리버럴’이라고 불리는 진보 성향 미국 주류 기득권층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다. 우리 용어로는 ‘강남 좌파’라는 말과 거의 뜻이 일치하는 ‘리무진 리버럴’ ‘샴페인 좌파’의 위선과 기득권에 대한 심판의 결과가 트럼프의 당선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리버럴’은 정치·경제·언론·학계의 주요 자리를 꿰차고 앉아서는 입만 열면 다양성과 인권·평등·공정·시장 규제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기존 체제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는 것이 이들이라는 비판이 당시 비등했다. 좋은 직장에서 돈을 많이 벌고, 쌓아놓은 금융자산으로 불로소득을 얻고, 고급 주택에 살며 자식들은 명문 학교에 보내 특권을 대물림하려고 안달이 나 있는 것은 정작 이들인데, ‘정치적 올바름’ 타령이나 하며 대중을 가르치려 드는 것이 몹시 위선적이고 가증스럽다는 것이었다. ‘정치적 올바름’을 잣대로 대중을 규정하고 동원하려는 미국 진보·민주 성향 기득권층의 행태를 미국 언론은 ‘정체성 자유주의(identity liberalism)’라고 불렀다.

여기에 미국 대신 한국, ‘리버럴’ 대신에 ‘강남 좌파’나 86 민주화운동세대 및 진보·친여 기득권·지지층, ‘정체성 자유주의’ 대신 ‘개혁-적폐 편 가르기 정치’를 대입하면 넘치거나 모자람 없이 딱 들어맞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각종 의혹부터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 등으로 인해 이반한 민심은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유권자들의 정서와 본질적으로 같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대선을 딱 11개월 남겨두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던 정치권과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분열과 갈등 양상은 대선까지 더 악화할 수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진보든 보수든 뒤로는 기득권에 목매달고, 겉으로는 편 가르기 ‘정체성 정치’에 집착한다면 대한민국의 내일은 언제든 ‘미국의 어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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