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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독자 일상 스며든 ‘한국문학’...글로벌 출판시장 중심에 서다 [지속가능한 K를 찾아라 ⑦K문학 <끝>]
일본서 ‘한국 베스트셀러’ 판권경쟁 치열
대형서점 코너신설·특별매대 등 ‘K북 인기’

드라마서 시작된 한류, K팝·K북으로 이어져
웹소설도 화제 ‘온라인 플랫폼’ 수출 통로로
한국소설원작, 영화·연극 2차판권계약 활발

K스릴러 ‘독창적 스타일’에 유럽 독자들 매료
다양한 언어권 동시대 독자들과 폭넓게 호흡
‘82년생 김지영’으로 한국문학 신드롬을 일으킨 조남주 작가.
2019년 천운영 작가가 북경에서 독자초청 문학행사를 갖고 있다
2019 스웨덴 국제도서전 한강 작가 문학 세미나. [한국문학번역원 제공]

“한국문학 붐이라고 말하면 서운하죠. 붐은 일시적인 느낌이잖아요. 한국문학이 일상으로 자리잡아가는 느낌이에요.”

일본에서 쿠온출판사를 십수년째 운영해오면서, 6년 전엔 도쿄 책방거리인 진보초에 한국원서 서점도 낸 김승복 대표는 일본에서 한국문학의 위상이 놀랍게 변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현재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책들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찾는다. 인기 작가의 책은 나오기가 무섭게 큰 출판사들이 서로 잡으려고 경쟁한다. 선인세가 무섭게 뛰고 있다. 대형서점엔 한국문학 코너가 생기고 특별매대도 마련됐다. 지금껏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문학이 일본 서점과 출판시장의 중앙무대로 진출한 것이다. 지금 ‘K북은 현상’이다.

그동안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공을 들여온 영미권에서 한국문학은 이제 낯설지 않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폴란드, 터키,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다양한 언어권에서도 한국문학은 이제 동시대 독자들과 폭넓게 호흡하고 있다.

▶작가·쟝르 다양화, K문학의 도약=일본 메이저 출판사인 소학관이 내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출판사는 100주년 기념 테마선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그런데. 한국작가가 기획을 한다.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피프티 피플’ ‘옥상에서 만나요’ ‘이만큼 가까이’ 등으로 일본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세랑 작가다. 한국작가가 중심이 돼 일본, 태국, 대만, 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젊은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로 소설을 쓰고 책으로 엮는다. 출판사가 정세랑 작가와 작업하길 원해 이뤄진 일이다.

일본에서 한국문학 열기는 뜨겁다. 한강, 정세랑, 김애란, 황정은, 최은영, 김혜진, 장강명, 박민규, 김연수, 이기호, 조남주 등으로 확산되며,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출판사들은 이들 작가의 전작을 앞다퉈 내고 있다. 예판만으로 2쇄를 찍기도 한다.

지난해 코로나 19 상황에선 이기호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최은미의 ‘아홉번째 파도’, 최은영의 ‘내게 무해한 사람’,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의 2000년대 중·후반, 하루키를 비롯,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온다 리쿠 등 일본 작가 붐이 일었듯 현재 일본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은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본시장 못지않게 영미권과 유럽도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손으로 꼽을 정도였던 작가군은 이제 셀 수 없을 정도다. 한국문학 전문 에이전시와 출판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지난 3월2일 미국 출간까지 11개국에서 출간되며, 글로벌 인기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정유정의 ‘종의 기원’‘은 영국과 미국은 물론 스페인, 포르투갈, 이태리 등 유럽권에 폭넓게 출간됐으며, 20개국에 번역 출간된 김언수의 ‘설계자들’은 억대 판권으로 화제가 됐다. ‘한국의 미스터리 여왕’으로 불리는 서미애의 ‘잘자요, 엄마’는 미국, 독일, 이탈리아 등 세계 16개국에 번역 출간되는 등 한국문학, 특히 ‘K스릴러’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2011년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불모지나 다름없던 미국에서 출판됐을 때와 판이하다.

최근엔 SF로까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이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데 이어 조광희의 ‘인간의 법정’도 해외 출판을 타진중이다.

한국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나 드라마, 연극을 만드는 2차 판권 계약도 활발하다. 일본에서 20만부 이상 판매된 손원평의 ‘아몬드’는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조만간 미국에서 드라마 제작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서미애의 ’잘자요, 엄마도 영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된다.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성공하면서 한국소설 원작 문의는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굵직한 세계도서전이 열리지 못하고 책을 직접 선보일 기회가 줄었지만 K문학, K북 시장은 오히려 사정이 좋다고 출판사들은 입을 모은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0년 한국문학번역원이 지원해 출간된 한국문학은 26개 언어권에서 170건에 이른다. 2019년 151건에서 크게 늘었다. 영어권이 29건으로 가장 많고 일본어 25권, 중국어 22권, 프랑스어 13권, 독일어 스페인 러시아가 각각 11권 출간됐다.

▶K팝 지도따라 K문학도 활활!=국내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김수현의 에세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는 일본에서 현재 50만부가 팔렸다.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 책 가운데 최다 판매 기록이다. BTS정국이 읽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반응이 뜨거웠다. ‘일본 아마존 1위’, ‘일본 젊은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책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중국, 타이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에도 수출돼 젊은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K팝과 K북을 떼놓고 볼 수 없다.

김수현 작가의 후속작인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는 일본에서 판권 경쟁이 붙어 선인세 2100만엔(약 2억4000만원) 역대 최고가에 판매됐다. 이전 200만원대에 형성됐던 선인세가 훌쩍 뛰었다. 그만큼 책이 팔린다는 보장이 있기 때문이다.

김승복 대표는 “한류라는 자장 안에 문학서적이 들어있는 걸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K팝, 드라마, 영화 등 한류의 한 콘텐츠로서 한국문학, K북이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로는 SNS다. 스타나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읽은 책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에세이는 SNS입소문 효과가 크다. 백세희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김하나·황선우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등의 에세이도 이런 효과를 누리며, 수십 만 부씩 판매됐다.

신경숙의 최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가 출간됐다는 한국 뉴스를 보고 찾는 이도 있다. 일본의 경우, 지리적 이점에도 코로나 사태로 한국여행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더 높아졌다.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가 K팝, 한국문학, 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의 시각이다.

그런가하면 인도네시아는 현재 세계에서 한류가 가장 뜨거운 곳이다. K팝, 드라마, 영화 등 한국의 모든 콘텐츠에 대한 소비가 가장 높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문학도 속속 소개되고 있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비롯, 정유정의 ‘종의 기원’,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 등 화제작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웹소설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태국의 경우 최근 국내 한 웹소설 플랫폼에 연재된 쟝르물에 대한 판권 판매가 이루어졌다. 온라인 플랫폼이 또 다른 K북 수출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성·재미·보편성, K문학의 매력=그렇다면 한국문학은 외국독자들에게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무엇보다 재미를 꼽는다. 저마다의 개성적 글쓰기에 시대의 관심과 정서, 욕망이라는 보편성에 다가가 소통한다. 개인의 사적이고 작은 얘기에 사회적인 문제를 담아내는 데 한국작가들은 특히 뛰어나다. 이전 세대와 다른 점이다.

특히 K스릴러에 대한 유럽의 열기는 뜨겁다. 김언수, 정유정의 작품처럼 쟝르와 본격문학을 오가는 묘한 지점에 한국 스릴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적 깊이와 유머, 독창적 스타일을 보이는 색다른 맛은 전통적인 건조한 유럽식 스릴러와 차별화되며 유럽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한국문학은 세계시장에서 이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순문학에서 출발했지만 스릴러와 다양한 쟝르물, 웹소설, 에세이와 시까지 K북의 수원은 넓고 풍성하다. K북은 K팝과 드라마, 영화 등과 떨어져 놓고 보기 힘들다. 한류, K콘텐츠라는 큰 그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부의 큰 그림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각국의 한국문학과 K북 현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성공사례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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