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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 이사직 유지하려면 年1000만원 내라”
윤범모 이사장, 국현 문화재단 이사회서 제시
정관 개정 추진 중…일부 이사 사임 ‘파행’
“이사회 활성화와 책임성 강화 차원 논의일 뿐”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 홈페이지.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은 미술관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지난 2013년 처음 만들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 홈페이지 캡처]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이 재단 이사들에게 이사직 조건으로 연간 1000만원의 기부금을 내라고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보수 명예직인 이사직을 놓고 대가를 바란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헤럴드경제가 7일 단독으로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장을 겸임하고 있는 윤범모 이사장은 지난 3월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상임이사 직무 신설 등 정관 일부 변경을 논의하면서 “일반이사, 이게 좀 참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인데…”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이사 A씨는 “아 그럼, ‘각자 우리 1000만원씩 내야 된다’ 이런 이야기하시는 거예요?”라고 반문했고, 여기에 윤 이사장은 “뭐 그렇게 하시면 이제 최고 바람직하죠”라고 답했다. 이사 B씨는 “그러니까 기존이든, 앞으로든 일단 여기 이사를 하려면 연간 1000만원씩 도네이션하라는 얘기 아니야”라며 “일반이사들은 본인 의사에 따라서 할 수 도 있고 그게 좀 그러면 사의표명, 사퇴하면 되는 거니까. 여기 나와 있는 게 그거구먼”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이사회 전 미리 배포한 회의자료에는 ‘중·장기 발전 모습’에서 재단 이사진 및 직원 역량 강화 방안으로 이사진 선임 기준 강화 및 상임이사 직무 신설, 대외협력 역량을 갖춘 전문직원 충원 및 후원처 개발 확대를 제시했다. 특히 이사진 선임 기준 강화 방안에는 ▷미술관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간 1000만원 이상 후원 가능 대상자를 재단이사로 추천 ▷이사 중 해마다 10억원 이상 후원·협찬금을 개발 의무 있는 상임이사 직무 신설 운용이 적시돼 있다.

재단 측은 상임이사가 10억원을 유치할 때 인센티브로 10%에 해당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사들이 10억원 미만 유치 시 급여 수준과, 기금 모집이 역할인 사무국장과 업무 중복 문제 등을 지적하자 구체적인 세부안은 따로 결정하기로 했다. 재단 관계자는 “상임이사직 신설 등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바탕으로 정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은 회의를 마무리하며 “상임이사를 둘 수 있다. 구체적인 것은 더 연구했으면 좋겠다 말씀해주셨고, 이사회는 연간 최소 1000만원 회비를 내는 분을 이사로 모시겠다”고 정리했다.

이날 회의 후 일부 이사는 사의를 표명했다. 이사 A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기금을 확충하자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는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이사장이 독단으로 통보해 이사들이 굉장히 불쾌해했다. (관장이) 조직 운영이나 체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사 C씨는 “다른 문화재단에서도 이사를 하고 있지만 임기 중간에 이처럼 자격 조건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 정관에도 없는 내용이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사 D씨는 “돈만 내면 이사로 다 받아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미술관 후원사업 강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있었다. (이사진의 연간 1000만원 회비는) 재단 설립 초기에 비해 전시후원사업이 정체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이사회의 활성화와 책임성 강화 차원에서 ‘제안’한 사항이다. 재단의 운영과 관련된 모든 방침은 이사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 논의를 거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사회 논의 결과에 대한 적용은 향후 새로 취임하는 분들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현재 이사진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문화재단은 지난 2013년 처음 만들어졌다. 개인 후원자들의 사모임인 '미술관 후원회'와 달리 전시·작품수집·조사연구·교육·출판 인쇄 등 미술관 업무를 지원한다. 미술관 주차장과 식당, 책방 등을 운영하며, 기업의 목적 후원(정확한 대상이 있는 후원)을 받는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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