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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광모號 사업재편 가속…달라진 LG, 빨라진 의사결정
스마트폰 사업 축소 아닌 철수로
선택과 집중, 2년새 매각·청산 사업 10여개

[헤럴드경제=김성미 기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나서자 LG그룹의 과감한 의사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6월 취임한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주력 사업 매각, 적자 사업 청산 등 사업재편에 속도가 나고 있다.

▶축소 아닌 철수…생존 위한 과감한 결단=5일 LG전자가 이사회를 열고 스마트폰 사업 철수라는 결단을 내리자 그동안 LG그룹에서 찾아보기 힘든 ‘냉정한’ 의사결정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MC사업본부에 칼을 대기로 결정한지 불과 몇 개월 만에, 다른 사업부 편입이 아닌 ‘철수’로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 초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스마트폰 사업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베트남 빈그룹, 마산그룹 등이 생산 라인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 협상에 들어갔으나, 가격 눈높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매각을 성사하지 못했다.

이후에도 뚜렷한 인수후보자를 찾지 못하자 사업 철수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마땅한 잠재 후보자가 없는 등 매각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오자 매각에서 철수로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함께 조직 축소가 아닌 사업 철수로 결단을 내린 것도 LG의 달라진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스마트폰은 인공지능(AI), 스마트홈, 사물인터넷(IoT) 등의 핵심 기기임에 따라 당장 사업을 없애기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었다.

하지만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6년째 약 5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의 부담으로 작용한 점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리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과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성 낮으면 청산, 매각 자금으로 신사업 투자=LG그룹은 구 회장 취임 후 사업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8년 9월 LG는 서브원의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사업부문을 분할,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너티에 매각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로 인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2019년 2월에는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세리스템즈를 청산했다. 연료전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2000억원을 넘게 투자했으나, 이렇다 할 결실을 맺지 못하자 사업을 접기로 했다.

같은 해 4월에는 LG디스플레이가 조명용 올레드 사업을 철수했고, 7월에는 수처리 관리·운영회사 하이엔텍과 환경시설 설계·시공회사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부방 관계회사인 테크로스에 매각했다.

또 9월에는 LG이노텍이 적자를 이어온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 사업도 정리했고 12월에는 LG유플러스가 전자결제(PG)사업을 토스에 매각했다. 2020년 2월에는 LG전자, LG화학, LG상사 등이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사업을 철수했고 중국 요케테크놀로지(雅克科技)에 컬러 감광재 사업도 처분했다. 이어 LCD용 편광판은 중국에 매각하며 LCD 사업에서 손을 뗐다.

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보수적 의사결정을 내리던 LG그룹은 2년 새 매각, 청산한 사업이 10여개는 이른다”며 “사업성이 높지 않은 사업은 빨리 정리해 신사업에 자금과 에너지를 투입하는 등 LG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miii0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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