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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투기꾼 잡겠다고 온 국민 잠재적 범죄자로 봐서야

정부가 29일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의 핵심은 크게 나눠 세 갈래로 볼 수 있다. 토지 매매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한편, 양도세는 더 무겁게 물리고 만약 토지거래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을 경우 부당이득의 최대 5배까지 벌금으로 토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50억원 이상 투기소득에는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징벌 수위를 획기적으로 높였다. 하지만 애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같은 공직자 비리를 막겠다고 출발한 대책이 결국 애먼 일반 국민까지 옥죄는 ‘징벌적 과세’와 경제행위 제한으로 귀결됐다는 점에서 ‘과잉 규제·과잉 행정’ 시비가 우려된다.

정부는 우선 토지 관련 소득세를 지금보다 훨씬 무겁게 했다. 토지를 사들인 뒤 1년 미만의 기간 보유했다가 되팔 경우 적용되는 양도소득세율을 현재 50%에서 앞으로는 70%까지 올린다. 2년 미만 보유 토지에 대한 세율도 현행 40%에서 60%로 오른다. 비주택담보대출에도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키로 했다. 또 택지개발·농지개량사업 등 공익사업에 따라 토지를 양도할 때 기존에는 해당 토지를 사업 인정 고시일로부터 2년 전에만 매입하면 ‘사업용 토지’로 간주해 5년간 최대 2억원까지 양도세를 깎아줬으나 앞으로는 5년 전부터 토지를 보유한 경우에만 이런 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선의로 출발한 정책이 사회적 약자의 고통을 배가하는 결과로 돌아오는 장면을 그간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 비정규직 제로, 다주택자 규제, 임대차3법 등은 되레 일자리를 말라붙게 하고, 집값을 다락같이 올려놓는 등 부작용이 순기능을 삼켜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이번엔 공적 정보를 도둑질하는 망국적 투기꾼을 잡겠다며 토지 관련 세금을 왕창 올렸다. LH 사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고려하면 일견 당연한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상적 토지거래 수요까지 위축시켜 지금도 공동화 현상을 보이는 비수도권과 지방의 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

유능한 외과의사는 환부만 신속히 도려낸다. 마찬가지로 유능한 정부는 투기꾼을 정밀 타격하고 정상적 경제활동은 보호한다. 그럴 자신이 없는 정부는 무차별 규제를 남발한다. 정부가 재산 등록 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하며 국민 8명 중 1명인 640만여명의 자산 형성 과정을 들여다보겠다는 것도 과잉 규제가 아닐 수 없다. 다수의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일이어서다. 무작정 ‘큰 칼’을 휘두를 게 아니라 수도권 택지지구, 기업도시 등 투기위험지역에 대한 맞춤 대책으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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