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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재의 현장에서] 공모주 투자...묻지마 ‘소확투’ 경계 이유

“‘따상’돼서 거래물량 풀리면 바로 팔아야죠. 주식투자는 리스크가 크지만 대형 IPO 공모주는 실패할 리스크가 적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투자법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부터 주식투자와 공모주 청약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박지훈(28) 씨는 공모주 투자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다.

“인기 IPO주라고 하니 투자를 시작한 것”이라는 말에서 엿보이듯 그에게 기업 분석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박씨의 사례는 공모주 투자에 대한 전반의 투자심리를 대변한다. 공모주 청약은 청년층에게 ‘소확투(소소하고 확실한 투자처)’로 자리 잡았다. 공모주 청약에 ‘균등배분제’가 적용되면서 소액투자자들의 참여 기회가 늘면서다.

최근 가장 ‘핫’했던 공모주인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는 청약에 참여한 계좌 수만 240만개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틀 새 증거금으로 63조원이나 몰린 것 역시 사상 최고 금액이다. 가족 명의를 총동원하거나 여러 증권사에 분산 신청한 사례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투자 열기만큼 수익은 현실이 됐다. SK바사는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마감하는 것을 뜻하는 말)’을 기록했다. 소액주주가 공모주 청약을 통해 상장 첫날 거둔 주당 평가차익은 10만4000원에 이른다. 만약 가족이 6명인 청약자가 가족 명의로 모두 신청해 총 6주를 받았다면 첫날 총 62만4000원의 평가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는 전체 증거금 대비 32%에 달하는 수익으로, 수천만원 이상을 동원해야 고작 몇 주를 받을 수 있었던 과거 인기 공모주 사례와 대조된다. 공모주 청약이 연이어 ‘대박’을 터뜨리자 청약증거금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청약증거금으로 들어온 자금만 150조원에 이른다. 1분기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지난 한 해 총 청약증거금인 295조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다만 공모주 청약 투자의 과열은 또 다른 우려를 낳는다. 공모주 투자만 하면 상한가로 직행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신규 투자자들이 늘면서다. 주가는 기업 가치에 수렴한다. 현재 SK바사 주가는 7거래일 연속 하락해 시초가 아래로 떨어진 상황이다. 상장 이틀째에 장중 한때 19만원을 기록했던 주가는 최고점 대비 약 35% 하락했다. 실제 공모주가 반드시 상승을 보장했던 것도 아니다. 기업의 성격에 따라 첫 시초가가 공모가 아래로 형성된 사례 또한 부지기수다. 지난해 공모가격이 상단 이상에서 결정된 기업 56곳 중에서 연말 기준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내려간 기업은 8곳(14%)에 달한다.

지금과 같은 투자문화가 지속된다면 공모주 청약은 어느 순간 ‘소소하고 확실한 투자’에서 ‘소소하지만 확신 없는 투기’가 될지 모른다. 공모주 청약을 통해 처음 투자에 발을 내딛는 사람일수록 “잘 아는 기업에 투자하라”는 기본을 상기시킬 때다. 시장은 언제든 차갑게 식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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