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길용의 화식열전] 美 빌황 사태의 전모…은밀한 TRS의 치명적 위험 드러내
소유자 감추며 차입투자
초고액 자산가들이 선호
외부선 위험감지 어려워
유사사태 추가발생 가능
국내서도 ‘라임TRS’ 사례

매년 엄청난 현금 수익을 거두는 대기업 소유자나 글로벌 대부호들은 과연 돈을 어떻게 굴릴까? 빌 황(한국이름 황성국)의 아케고스(Archegos) 사태는 이러한 궁금증의 ‘일부’를 풀어 줄 열쇠다. 거액자산가들의 은밀한 투자와 이에 부응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탐욕이 금융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그 윤곽의 일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 일으킨 파생금융 상품이 핵심이다.

▶실소유주 감추는 그림자 투자…TRS=총수익맞교환(Total Return Swap) 방식의 거래는 국내에서도 SK실트론과 라임펀드등으로 이미 꽤 유명해졌다. 먼저 투자자는 프라임브로커(PB)와 대출 및 TRS 계약을 체결한다. 투자가가 운용지시를 하면 PB는 거래를 수행한다. 투자자의 원금에 PB가 빌려준 돈까지 더해 투자가 이뤄진다. 차입으로 투자액을 늘리는(leverage) 방식이다. PB가 이를 위해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기도 한다. TRS 계약에 의해 기초자산 가격변동에 따른 수익과 손실은 투자자에 귀속된다. 하지만 투자자산의 법적 소유자는 PB 또는 SPC다. 외부에서 실소유주를 알 수 없다. PB는 대출이자와 수수료를 챙기고, 자산가격 하락으로 빌려준 돈이 위험해지면 투자자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콜(margin call)’을 발동한다. 투자자가 이에 응하지 못하면 PB는 자산을 팔아 빌려준 돈을 회수한다.

▶동업자 등 뒤 ‘방아쇠’ 당긴 골드만삭스=아케고스는 골드만삭스, 모던스탠리, 노무라, 크레디트스위스(CS), 웰스파고 등을 PB로 삼아 이런 거래를 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한국의 기술주와 미디어주가 급등하면서 아케고스는 큰 수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수익이 나면서 이자와 수수료 수익에 맛을 들인 PB들은 아케고스에 더 많은 돈을 빌려주게 된다. 애초 투자원금은 100억 달러 규모로 알려졌지만, 차입으로 운용자산을 500억 달러까지 불렸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그런데 올 들어 기술주 주가 급락으로 아케고스에 빌려준 돈이 떼일 위험에 처하자 골드만삭스가 지난 26일 발빠르게 사상 최대규모의 시간외거래(bloc deal)블록딜에 나섰다. 골드만삭스는 가장 먼저 회수 ‘방아쇠(trigger)’를 당기며 대출금 대부분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늦게 회수에 나선 PB들만 매도에 따른 가격 급락으로 원금 일부를 떼이게 됐다. 노무라와 CS 등이 올 1분기 실적에 ‘심각한 손실(significant loss)’을 예고한 이유다.

▶초고액자산가들 선호…아케고스는 빙산의 일각(?)=전세계 금융권이 이번 사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비슷한 유형의 투자가 많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자산과 수익을 최대한 은밀하게 관리하려는 거액자산가들은 아케고스 같은 개인투자사들을 즐겨 활용한다. 아케고스 한 곳이라면 충분히 시장에서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지만, 여러 곳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실소유자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TRS 거래의 특성상 시장에서 관련 노출액(exposure)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정부와 국세청이 전면 조사를 하지 않는 한, TRS거래에서 PB 역할을 수행하는 IB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29일 골드만삭스에 뒤통수를 맞은 IB들이 긴급 회의를 가진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영향도 상당…TRS 투명성 개선 숙제=빌황의 한국 이름은 황성국이다. 현대증권 주식중개인으로 글로벌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의 한국 주식투자를 중개하며 월가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과 헤지펀드 투자규모가 큰 우리 증시 특성 상 아케고스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면 그 여파가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도 대기업 총수 등 거액자산가 사이에 TRS 거래가 인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5%를 한국증권·삼성증권이 설립한 SPC를 통해 TRS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증권의 부당대출 논란(발행어음의 개인대출 금지 위한 여부)이 아니었다면 일반인이 알 수 없는 구조였다. 금융위는 증권사의 SPC에 대한 대출을 기업대출이 아니라고 판단, 사실상 실소유주가 최 회장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라임사태에도 TRS가 등장한다. 증권사들은 라임펀드에 손실이 발생하자 빌려준 돈을 먼저 회수했고, 그 결과 펀드 손실을 고스란히 개인투자자가 떠안게 됐다. 이번 사태로 TRS 거래의 투명성 강화에 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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