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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멀쩡한 서비스도 중단시킨 준비소홀 ‘금소법’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25일 시행 첫날부터 혼란만 불러왔다. 멀쩡한 비대면 서비스 일부가 중단된 것이다. 소비자를 위한다는 법률이 시작부터 소비자를 더 불편하게 만든 셈이다.

국민, 신한, 우리은행은 ‘스마트텔러머신(STM)’을 통한 입출금 통장 개설 서비스를 중단했다. 상품설명서를 고객에게 직접 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 때문이라지만 그게 1년이 걸려도 STM으로 해결 못 할 일이었는지 의문이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도 스마트폰 앱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추천을 통해 펀드에 가입하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은 개인별 위험도를 측정하고 투자상품을 보여줘야 하는데 아직 알고리즘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인공지능(AI) 이용 수준을 감안할 때 역시 못했다기보다는 안 했다고 보는 게 옳다.

지난해 3월 법 제정 이후 1년여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황당한 일이다. 유예는 준비하라고 미뤄주는 것이다. 차질을 빚지 말라고 주는 시간이다. 결국 허송세월했다는 얘기다.

금융사들의 비대면 서비스 일부 중단 이유는 간단하다. 금소법은 투자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 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했다. 특히 금융상품 가입 시 각종 녹취와 설명서 발급을 의무화했다. 비대면 간편 서비스라는 금융혁신 추세에 반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불완전 판매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에서 준비 소홀의 이유는 되지 못한다. 8년간이나 지지부진하던 금소법이 지난해 급물살을 타며 제정된 배경이 뭔가. 대규모 손실이 난 해외금리 파생상품의 불완전 판매가 문제 됐기 때문 아닌가.

금융사들은 당국의 조치 지연으로 준비시간이 부족했다고 볼멘소리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금소법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의결한 게 불과 열흘 전이다. 그동안 준비한 것이라고는 ‘금소법 Q&A’뿐이다. 그마저도 업계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다 풀어주지 못했다. 민·관이 합동으로 참여하는 금소법 시행준비상황반은 이름뿐, 활동이라고 할 게 없다. 홈페이지 안내자료도 24일에야 올라왔다. 금융위가 “향후 6개월간 금소법 위반과 관련해 처벌보다는 지도 위주로 감독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도 준비 소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다는 의미다.

비대면 서비스의 일부 중단이 금융소비자들에게 대단한 피해를 주는 건 아니다. 영업 차질로 손해를 보는 건 오히려 금융사들이다. 하지만 복잡할 것 하나 없는 입출금통장까지 꼭 대면으로 해야 할 이유는 없다. 혼란의 책임이 금융 당국과 금융회사 모두에 있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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