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일을 합니다. 참으로 의미 있는 일도 있고, 하루를 살기 위해서 버티며 해야 하는 일도 있습니다. 어떤 일은 정말로 재미있어서 시키지 않아도 하고 싶고, 어떤 일은 하기 싫은 마음에 짜증이 절로 납니다. 어떤 경우에는 나는 즐거워서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은 쓸데없는 일을 하였다고 웃습니다.

쓸데없는 일이 정말로 쓸모없는 일인 경우도 있고 어쩌면 아주 귀한 일인 경우도 있습니다. 어쩌면 쓸데없는 일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쓸데없다는 말은 말 그대로 쓸 곳이 없다는 뜻에서 비롯됩니다. 사용처가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집니다. 쓸모없다는 말도 비슷한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는 ‘사람이나 사물의 면면이나 측면’의 의미에 해당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모로 좋다든지, 어느 모로 보나 내가 낫다든지 하는 표현에 사용됩니다.

쓸모라는 말이 가치의 의미도 담게 됩니다. 쓸모가 있다는 말은 쓸 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쓸모없다는 말은 가치가 없다는 말도 됩니다.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알게 합니다. 그런데 무가치해 보이는 우리의 일 중에는 의외의 가치가 있는 일도 많습니다.

힘든 일이 많다보니 점점 기계에 의존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기계의 수준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요즘 방송에서는 인간과 AI의 대결 등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요? 차도 자율주행차가 실용화 단계에 와 있습니다.

AI가 체스나 바둑에서 인간을 넘어선 지도 꽤 지난 일이 되었습니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을 이겼을 때 충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작곡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시도 씁니다. AI가 발명을 하고 특허도 내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인간이 하는 일 중에서 AI가 할 수 없는 일은 무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입니다. 언젠가는 인간의 일 모두를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일자리도 사라지게 되겠네요. 두려운 일입니다. 어떤 직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AI가 인간처럼 할 수 없는 일에는 실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쳤습니다.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작동을 합니다. 따라서 인간의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게 설계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알면서도 또 실수를 합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자꾸 실수를 합니다. 때로는 그 실수로 말미암아 가까운 이를 아프게 합니다. 상처를 줍니다. 미안한 일입니다.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또 실수를 합니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게 AI라면 실수를 하는 게 인간입니다. 빈 곳이 많은 게 인간입니다.

실수가 많기에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합니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뱉어버렸습니다. 후회가 됩니다. 후회도 인간이어서 하는 행동일 겁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하지 않았을 수많은 일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보면 시간낭비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남을 위해 고민하고 아파합니다. 힘들어 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 합니다. 당장 나에게 위험이 닥치더라도 어려운 이를 돕습니다. 내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합니다.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 이해해 줍니다. 오히려 잘못한 사람을 위로해 주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모두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모두 쓸데없고, 쓸모없는 일이지요.

세상이 바뀌어 갑니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질문도 많습니다. 저는 역으로 인공지능이 못하는 일을 생각해 봅니다. 우리 인간은 앞으로도 계속 실수를 할 겁니다. 고통스럽고 아플 겁니다. 하지만 내 일이 아니어도 우리는 서로 위로하고, 도우려 할 겁니다. 정말로 쓸데없어 보이더라도 말입니다. 인공지능이라면 절대로 안 할 쓸데없는 일을 하였으면 합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