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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나라’ 품고 이베이·요기요 ‘눈독’…롯데 승부수는 ‘M&A’ [언박싱]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1월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2021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 참여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이제 시끄러워질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롯데그룹 관계자의 말)

롯데가 인수·합병(M&A) 등 외부 수혈을 통한 신사업 강화로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다. 최근 e-커머스(전자상거래)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도 실적 부진 등 침체된 분위기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던 롯데가 달라진 것이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데 이어 유통에서는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인수 참여로 신호탄을 쐈다. 앞서 예비입찰에 참여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한 롯데는 배달앱 ‘요기요’ 인수에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e-커머스 존재감, 중고시장과 함께 키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유진자산운용이 중고나라 지분 93.9%를 인수하는 과정에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한다. 전체 인수거래금액은 1000억~1100억원 수준으로, 롯데쇼핑의 투자금액은 200억~300억원 정도다.

공동 투자자 중 롯데쇼핑만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했으며 나머지 재무적 투자자(FI)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경영권 확보까지 염두에 둔 조치다.

롯데쇼핑은 일단 사람들이 몰리는 플랫폼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e-커머스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와 중고나라의 조합이 다소 의외지만 최근 국내 중고시장이 주류 소비문화로 성장하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최근 중고거래시장은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등 전문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스니커테크(스니커즈와 재테크의 합성어) 등 MZ(밀레니얼+Z)세대 문화도 맞닿아 있다. 2003년 네이버카페로 출발해 2013년 법인화한 중고나라는 업계 1위로 현재 230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거래액은 2018년 2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으로 늘었다.

롯데쇼핑은 향후 중고거래에 유통 및 물류역량을 결합해 성장시킬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스타일대로 중고나라도 경영권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중고거래 플랫폼은 급성장해,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일본의 중고거래 플랫폼인 ‘메루카리’는 연간 거래액이 1조엔을 넘어서며 2018년 도쿄증시에 상장한 사례가 있다.

이베이코리아 이어 요기요 인수전도?

업계에서는 이번 중고나라 인수를 두고 롯데가 내부 역량으로 판을 뒤집는 데 한계를 느끼고, M&A를 통한 신사업 강화에 본격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e-커머스업계는 쿠팡발(發) 지각변동으로 느긋하게 내부 역량 강화에 쏟을 시간도 없어졌다.

롯데쇼핑은 23일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에 대한 관심도 공식적으로 밝혔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사업부문) 부회장 겸 롯데쇼핑 대표는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투자설명서를 받았다”면서 이베이코리아에 충분히 관심이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답했다.

롯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사업이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e-커머스도 경쟁 업체 대비 부진한 상태다. 이에 그룹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이끌던 조영제 e커머스사업부장이 실적 부진으로 지난달 사실상 경질되고, 외부 전문가 영입에 나선 상황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인수만 하면 단숨에 e-커머스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지만 5조원에 달하는 몸값이 부담이다. 이에 FI와 연합해 참여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대손충당금 부담이 많아 현금 흐름이 나빠보이지만 실제로 자금 상태가 나쁘지 않고, 인수 의지만 있으면 자금 조달 능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중순 예정된 배달앱 ‘요기요’ 매각 예비입찰에 롯데가 뛰어들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요기요는 ‘배달의민족’과 마찬가지로 음식배달뿐만 아니라 식품·생활용품 등을 바로 배달해주는 ‘요마트’라는 소매유통 서비스도 겸하고 있다. 롯데는 외식 브랜드 통합 주문앱 ‘롯데잇츠’를 운영 중이지만 아직 존재감이 없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가 매물로 나온 초기부터 롯데의 관심이 상당하다는 말이 흘러나왔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롯데가 완주할지, 요기요 매각전까지 맞물려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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