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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페북 정보수집이 불공정한 이유...공정거래 속 경제분석

10년쯤 전 일이다. 퀄컴이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자사의 부품을 많이 쓰면 할인해 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때 조건이 통상의 할인 방식과는 조금 달랐다. 몇 개 이상 사면 할인해주는 것이 아니라 경쟁 회사 부품 구매량 대비 퀄컴 부품 구매량 비율이 높으면 할인해주겠다, 그리고 그 비율이 더 높으면 더 많이 할인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공정위원회는 퀄컴의 전략이 반경쟁적이라고 봤다. 물건 가격을 깎아주겠다는 것인데, 뭐가 문제일까?

단순히 많이 사면 깎아주는 게 아닌 구매 비율에 따라 할인율을 정하는 것은 거래처로 하여금 경쟁 회사 부품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러한 전략이 경쟁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음을 보인 바 있다. 그리고 공정위는 경제학자들의 이러한 지적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결과로 퀄컴의 계약서에 아무런 배타적 조항 문구가 없었는데도 실제 배타적 효과가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간혹 제조업자가 유통업자에게 자신이 정한 가격을 고수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노스페이스는 자사의 패딩점퍼 가격을 대리점이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도록 했고, 공정위는 이것이 대리점 간 경쟁을 해친다고 봤다.

그렇다고 제조업자의 가격 유지 행위가 늘 위법하지는 않다. 캘러웨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법원은 가격이 매장마다 다르면 설명은 친절한 매장에서 듣고 구매는 가격이 싼 매장에서 할 수 있다고 봤다. 판매 시 서비스가 저하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또 브랜드 내 경쟁은 저해될 수 있지만 제조업체의 브랜드 이미지 관리를 통해 브랜드 간 경쟁은 더 강화될 수도 있다고 봤다. 똑같이 가격 유지 행위를 강제하더라도 실제 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하던 내용이다.

최근 독일 경쟁 당국은 페이스북이 독점력을 남용해 소비자후생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유는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활용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독점력이 없었다면 개인정보 보호 관련 서비스 품질을 이렇게 떨어뜨리지는 못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독점력을 남용해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간 많이 들어왔다.

그런데 개인정보를 마구 수집하고 함부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해친다는 이야기는 매우 새롭다.

사실 플랫폼들이 경쟁하는 방식, 그리고 경쟁을 훼손하는 방식은 예전과는 매우 다르다.

과도하게 싼 가격을 책정하는 행위는 통상 경쟁자를 시장에서 몰아내려는 부당염매 행위였는데, 이제는 정상적인 사업 방식으로도 무료재 공급이 가능하다. 대신 데이터 문제 등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방식의 반경쟁적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은 ①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 경쟁을 해치지만 법에 명확히 정의되지 않은 사업 방식이거나 ② 동일한 행동이더라도 경제적 의미와 효과가 그때그때 달라져 위법성 판단을 달리 해야 하는 경우다. 그리고 ③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으로 경쟁하거나 경쟁을 해치는 경우다.

경제 분석은 공정거래 사건에서 경쟁이 어떤 식으로 훼손될 수 있는지, 훼손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는 것을 도와주는 중요한 도구다. 더 나아가 기업들의 사업 활동이 갖는 경제적 의미와 효과를 명확히 해 경쟁법 집행이 과도하거나 과소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경제 분석의 역할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공정거래 사건에서 경제 분석을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공정위도 그렇다.

고병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구조개선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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