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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LH사태는 빙산의 일각, 민간개발 땅 투기가 더 문제

경기도의 기업 투자 유치를 담당하던 간부 공무원이,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예정지와 맞닿은 토지를 자신의 가족 회사 명의로 무더기 매입한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투자 유치 발표 6개월 전 실투자금 2억원으로 매입한 합산 500평 토지는 개발 도면이 공개된 이후 시세가 25억원 이상으로 뛰었다. 투자계획 발표 당시 보도 자료에 담당자로 이름까지 올린 그는 지금은 투자 유치 전문 컨설턴트로 변신해 3기 신도시로 지정된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강의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LH 사태에 가려져서 그렇지, 사실 민간개발 사전 정보를 활용한 땅 투기는 뿌리가 깊고 규모도 크며 전방위적이다. 이번에 경기도 공무원의 먹잇감이 된 용인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여의도 1·5배 부지) 사례와 같이 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짓는 공장이나 연구단지 주변은 투기꾼들의 놀이터다. 기업이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늘어 상권이 활성화되고, 부동산 가격도 오른다. 기업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공식 발표 전 관련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시·도의회 의원, 국회의원, 지방 유지, 건설사업자와 그들의 지인 등으로 개발 정보가 흘러가면서 투기의 물결은 점점 커진다. 실제로 경기 용인시의 순수 토지 거래량은 2014년 1만2809건에서 2017년 2만1695건으로 69.4% 급증했다. 모두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공장 투자 첫 공개(2018년 12월)가 이뤄지기 전이다.

LH 사태에서 놀라운 점은 투기 의혹 직원들이 버젓이 실명으로 신도시 땅을 사들인 것이다. 경기도 공무원은 여기에 한 술 더 떠 해당 사업의 직접 담당자였다. 이런 뻔뻔함과 자신감은 정부가 방조한 측면이 크다. 20여차례의 부동산대책이 온통 서울의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자를 겨냥하면서 정작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사적 욕망을 채우는 투기꾼들이 활개 칠 토양을 제공한 셈이다.

민간 주도의 대규모 개발이 주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신도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 “진짜 꾼들은 개발지 주변 땅을 산다”는 말처럼 활동 반경이 넓어 투기꾼을 특정하기도 쉽지 않다. 걸려도 처벌 수준이 막대한 수익에 견줘 솜방망이다 보니 거리낌이 없다. ‘나는 투기꾼에 기는 대처’가 되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촘촘한 대책이 필요하다. 공직자는 주식처럼 부동산 소유·거래 정보를 정기적으로 등록·신고하고, 금지한 차명 거래가 사후에 밝혀지면 형사처벌을 받게 강화해야 한다. 부동산 전수조사와 함께 일상적인 투기·비리 감독기구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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