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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장드라마 뺨친 吳-安 단일화…‘동시 양보’ 막전막후 [정치쫌!]
‘난항→수용→입장차 확인→책임공방’ 도돌이표
安 “국힘 제안 수용” vs 吳 “구체적 내용 없어”
전날도 판박이…핑퐁게임하듯 긴급회견·입장문
‘아름다운 단일화’ 실종…유권자 피로감↑ 비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 더플러스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시간 단위로 정세가 숨 가쁘게 급변한다.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다.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얘기다.

단일화는 원래도 어려운 것이라지만 ‘협상 난항→수용 선언→논의 재개→입장차 확인→책임공방’이 도돌이표처럼 돌아간다. 20~30분 단위로 긴급 기자회견, 입장문 발표, 긴급 브리핑이 긴박하게 줄을 잇는다. 급기야 같은 시간에 기자회견을 열고 ‘동시 양보 선언’까지 내놨다.

이 과정에서 시시각각 쏟아지는 ‘말폭탄’들은 웬만한 ‘막장드라마’ 뺨칠 정도다. 단일화 초기부터 강조했던 ‘아름다운 단일화’는 실종된 지 오래다. 마치 ‘말장난’ 하듯 ‘밀당(밀고 당기기)’을 이어가는 양측의 모습에 유권자의 단일화 피로감을 높여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세훈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양측 협상단 사이의 핑퐁게임이 절정에 이른 것은 19일이다. 이날은 선거관리위원회의 서울시장 후보등록 마감일인 동시에 애초 두 후보가 약속한 단일 후보 선출일이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4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부터 조사에 착수하면 월요일(22일)에는 단일 후보를 만들 수 있다”며 “단일화를 조속히 마무리해 오는 28일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전날 단일 후보가 나서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비록 단일화의 1차 데드라인은 넘겼지만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단일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안 후보의 선언은 이날 오전 9시30분 오 후보와 안 후보가 만나 단일화 시기와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눈 뒤에 나왔다. 애초 두 후보 모두 오전 10시 같은 시간에 후보등록을 예고했으나 등록을 한 시간여 앞두고 나란히 일정을 미루고 단일화 관련 논의를 이어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그동안 양측은 여론조사 문항과 관련해 경쟁력이냐, 적합도냐, 혹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이냐 여부와 유선조사 포함 여부를 두고 평행선을 그어왔다. 안 후보가 수용하겠다고 한 것은 전날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유선조사 포함 여부다. 다만 실무협상에 임하고 있는 이태규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비율은 실무협상에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극적 타결’ 가능성에 언론은 긴장했다. 오 후보 역시 곧바로 오후 1시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오 후보가 ‘환영’ 입장을 밝히면 실무협상단은 이날 오후 다시 만나 최종 합의에 이르고 주말부터 곧바로 여론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오 후보의 기자회견으로 또다시 분위기는 반전됐다. 오 후보는 “말만 ‘다 수용한다’고 했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와 이태규 사무총장의 기자회견을 듣고 이해할 수 없었다”며 “어떤 안(案)을 100% 받아들인다는 것인지 불투명해졌다. 새롭게 협상 재개를 요청한 정도에 불과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곧바로 오후 2시10분 브리핑을 통해 오 후보의 기자회견에 대해 “왜 자꾸만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냐”며 “이 와중에 진실게임을 하자는 것이냐. 혹, 3자 구도를 염두에 두시고 있는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팽팽하게 맞서던 오 후보와 안 후보는 오후 3시30분을 전후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 “상대방의 제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흔히 볼 수 없는 ‘동시 양보’다. 책임공방을 벌이던 두 후보가 이번에는 주장하던 방안을 교환해 ‘양보 공방’을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재차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마음을 비웠다”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원하는 대로 모두 수용해드리겠다”고 밝혔다. 쟁점이 되던 ‘유선조사 10%’ 포함과 ‘적합도 50%+경쟁력 50%’ 등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이에 질세라 오 후보 역시 같은 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가치 앞에 제가 양보하고 안 후보 측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겠다”며 “비록 여론조사의 기본 원칙에는 어긋나지만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무선 100%를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전날 오전 협상단은 17일 심야협상에 이어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갔고, 오 후보는 오전 8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2개 여론조사 기관 중 한 곳은 경쟁력을, 다른 한 곳은 적합도를 조사해 합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오에 가까울 무렵 협상단은 끝내 ‘19일 단일 후보 선출 무산’을 선언했다. 그 직후 안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오 후보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오 후보도 즉각 “환영한다”며 조속한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후보 간 합의에 협상단은 오후 2시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물 건너가는 듯했던 야권 단일후보 선출이 급진전되는 듯하자 언론들은 ‘급물살’ ‘급반전’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막상 다시 만난 협상단은 약 20분 만에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유선조사 포함 여부가 발목을 잡았다. 양측은 이후 협상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며 볼썽사나운 설전을 이어갔다.

당시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우리가 제안한 유선전화 포함 부분은 언급 없이 본인이 통 크게 결단한다는 표현만 그렇게 했다”고 꼬집었고, 안 후보는 “오 후보와 국민의힘 입장이 다르다. 오 후보가 당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선조사 포함을 주장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협상의 걸림돌이라는 책임론이 국민의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나왔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오 후보는 이날 3시45분 각각 서울시장 후보로 등록했다. 애초 약속했던 17~18일 여론조사 후 19일 단일 후보 선출이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투표용지에는 기호 2번 오세훈과 기호 4번 안철수 이름이 모두 오르게 됐다. 다만 투표용지 인쇄 전에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실제 투표용지에는 붉은색으로 ‘사퇴’라고 표시된다.

양측은 선거운동 개시 전인 24일을 ‘2차 데드라인’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늦어도 투표용지 인쇄 전날인 오는 28일까지가 단일화의 최종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그러나 양측의 단일화 협상 양상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감과 불신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정권 심판’을 내걸고 ‘단일화’를 내세우면서도 결국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이기주의가 지속적인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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