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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명숙 사건 수사지휘권 발동, 法·檢 갈등 시즌2 가나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에서 불기소 처분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재판 과정에서 검사들의 위증 지시(모해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다시 심의하라며 조남관 검찰총장 권한대행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17일 발동했다. 공소시효 완료(22일)를 불과 5일 앞두고서다.

2015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를 확정한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놓고 지난해 6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검에 감찰을 지시한 데 이어 박 장관이 취임 49일 만에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한 것이다.

문제의 모해위증 교사(거짓 증언을 하도록 시키는 일) 의혹은 2010~2011년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재판과 관련이 있다. 금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법정 진술 번복 이후 당시 수사팀이 한 전 대표의 동료 재소자들에게 ‘한명숙 전 총리에게 불리한 위증을 하라’고 강요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대검찰청이 지난 5일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도 대검 부장회의를 열어 기소 여부를 다시 심의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지금 대검 부장회의는 친(親)정권 성향 간부들이 대다수여서 모해위증에 대한 기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답을 정해놓은 심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추-윤 사퇴로 겨우 가라앉았던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이 다시 격화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실 위증교사 의혹은 여야 공방만 뜨거웠을 뿐 한명숙 사건 판결에 유무죄 판단을 위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징역 2년’ 확정에는 한씨의 1억원어치 수표가 한 전 총리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들어간 사실이 확인된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런 이유로 재심 신청을 통한 유죄 판결 뒤집기는 애초 어렵다고 본 여권이 한 전 총리가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의해 희생됐다는 명분을 찾으려 지휘권 남용 시비까지 불사한 것이다. 향후 8·15 특사로 한 전 총리를 사면복권하려면 이 같은 명분이 뒷받침돼야 덜 민망하기 때문이다.

여권이 한 전 총리에 무리할 정도로 집착하는 것은 그가 진보 진영에서 갖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에 민주당 대표까지 지내며 반칙과 특권의 척결에 앞장섰던 인물인 까닭이다.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우리는 한 총리가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무죄임을 확신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런 집착이 오늘의 국정 난맥상을 초래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대통령의 친구’ 송철호, ‘검찰개혁의 동반자’ 조국, ‘시민운동의 대부’ 박원순을 지키려다 얼마나 큰 대가를 치렀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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