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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 꿈꾸다, 접시 위를 디자인하다
셰프열전
한석원 웨스틴조선 스시조 주방장

레스토랑 가이드북 ‘자갓’서 극찬
일본 다양한 미식 체험하며 영감
‘어떤 그릇에 담아내느냐’가 중요
전복 애착 ‘송로버섯 돌솥밥’으로
일식당 스시조 내부.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웨스틴 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일식당 스시조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음식이 나오면 젓가락보다 휴대폰이 먼저 나온다. 접시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이 조선호텔 20층에서 내려다보는 야경만큼이나 멋지기 때문이다. ‘보고 음미하는 요리’인 일식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은 신화식(新和食)을 추구하다 보니 어떤 일식 요리보다 정갈하고 화려하다.

스시조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8년부터 이곳 주방을 이끌어 온 한석원 주방장의 노고가 있어 가능했다.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던 한 주방장의 패션 감각이 접시 위에 구현돼 스시조 요리의 세련된 자태가 완성된다. 일본 유학길에 오른 것도 사실 시작은 요리가 아니라 패션 때문이었을 정도다.

한 주방장의 요리는 멋들어진 색감 뿐 아니라 정갈한 맛으로도 유명하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북 ‘자갓(ZAGAT)’ 한국판이 스시조에 대해 ‘스시의 지존’이라고 극찬하며 맛 부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인정할 정도다. 이는 일본 최고의 스시 레스토랑인 ‘긴자 스시 큐베이’와 미쉘린 3스타에 빛나는 요시타케 셰프와의 제휴를 통해 가능했다. 그 역시도 1년에 7번 이상 일본을 방문해 최고의 스시를 찾고, 직접 배워와 신규 메뉴에 접목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한 주방장이 일본에 가면 일식당만 가는 건 아니다. 여러 종류의 식당을 방문해 다양한 미식을 체험하고 영감을 얻는다. 스시조의 요리가 다른 일식과 달리 요리마다 야채가 곁들여지는 이유도 서양 요리의 샐러드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접시나 그릇에 대한 욕심도 많아 출장이나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식기를 한 짐씩 사온다. 신메뉴 촬영 등 음식이 돋보여야 하는 날에는 한 주방장이 집에서 직접 식기를 가져 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음식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재료와 타이밍, 담음새다. 한 주방장은 “좋은 식재료를 확보하면 자연스레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진다”며 “제철 재료 공부와 식재료 선별에 늘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이, 조리, 찜 등 요리법에 따라서 맛과 식감이 다양해지는 일식의 특성상 완벽한 타이밍을 잡아야 최고의 맛을 낼 수 있다”면서 “‘보는 요리’라는 일식의 특색을 잘 살리려면 어떤 그릇에 어떻게 담아 내느냐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 주방장이 즐겨찾는 식재료는 전복이다. 전복은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구이나 조림, 찜 등 요리법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져 재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복찜에 나이죠, 와다라고 불리는 내장 소스를 곁들여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전복 내장으로 진갈색이 나는 특유의 향을 가진 소면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이 역시도 별미”라며 엄지를 세웠다.

덕분에 전복 메뉴에 대한 애착이 있는데, 특히 전복과 송로버섯을 함께 곁들인 ‘송로버섯 돌솥밥’은 개발한 지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당시 상황이 생생하다. 2009년 말께 낯이 익은 일본 분이 식당을 방문했는데, 알고보니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이었다. 오자와 간사장은 이날 회와 초밥, 핫카이산 청주를 주문하면서 “트러플이 전복과 잘 어울리는데, 트러플(송로버섯)을 이용한 밥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한 주방장은 며칠 간 공을 들여, 이제는 스시조의 대표 메뉴가 된 송로버섯 돌솥밥을 개발했다. 그는 “송로버섯 돌솥밥은 송로와 전복의 쫄깃한 식감이 기분 좋게 어우러진다”며 “송로버섯 특유의 비릿한 냄새는 파를 뿌려 잡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이 메뉴는 오자와 돌솥밥으로 불리며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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