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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툭하면 의원 전수조사…승부수냐 물타기냐 [정치쫌!]
‘LH 사태’ 불똥 여의도로…與의원 투기 의혹 잇따라
與, ‘의원 전수조사·특검’ 제안…野 “피할 이유 없다”
방법·순서 놓고 ‘평행선’…12일 원대 회동 합의 불발
논란 때마다 “전수조사” 요구 나왔지만…결국 유야무야
2019년 자녀 입시비리·작년 이해충돌 논란때도 반복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오른쪽)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은 한 점 의혹도 허용되지 않는다.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한 국회 차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안한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뭐 한 번 해보죠. 300명 다.”(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못할 바 없지만, 민주당부터 먼저 하라.”(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의 불똥이 여의도로 옮겨 붙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제안한데 이어 12일 ‘LH 특별검사(특검)’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LH 사태’로 궁지에 몰린 와중에 소속 의원들의 땅 투기 연루 의혹이 쏟아지자 ‘정면돌파’를 선택한 셈이다. 양이원영, 김경만, 양향자, 윤재갑, 서영석, 김주영 등 LH 사태가 불거진 이후 땅 투기 의혹에 연루된 여당 소속 의원만 6명이다.

국민의힘도 일단 “해보자”고 호응했다. 그러나 “적어도 여당부터 먼저, 내지 동시에 하자”고 주장했다.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지방의회, 청와대까지 조사대상을 확대하자는 역제안도 내놨다.

“개발정보는 정부여당이 가지고 있고, 야당은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거리낌이 없다”면서도 굳이 여당의 ‘물타기’에 말려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특검에 대해서도 “피할 이유는 없지만, 검찰 중심의 수사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특검 합의·구성에만 2개월 이상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공개 제안 하루 만인 12일 김태년 대행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국회서 마주앉았지만 국회의원 전수조사, LH 특검 모두 온도차를 보이며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후 정부합동조사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의혹 1차 조사결과 발표에서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사태와 관련해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다"고 말하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당초 계획했던 공공주택 공급은 차질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광명 한국토지주택공사 광명시흥사업본부 모습. [연합]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회의원 전수조사에 대한 실효성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조차 낮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에도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전수조사 주장이 나왔지만, 정작 실제 진행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의혹 때다. 당시 국민 10명 중 7명이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의혹 전수조사’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리얼미터, tbs 의뢰, 2019년 9월25일, 응답자 75.2% 찬성,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가 나올 만큼, 전수조사 요구가 높았지만 결국 유아무야 됐다.

당시에도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전수조사를 제안했고 나경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찬성한다”고 했지만 시기·방법 등을 놓고 평행선을 긋다가 흐지부지됐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진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 관련 법안도 상임위에 계류된 채 시간만 보내다 끝내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박덕흠 당시 국민의힘 의원(현 무소속)이 국토교통위원회 활동 기간 피감기관으로부터 특혜 수주를 받았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국회의원 전수조사 요구가 나왔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번 기회에 이해충돌 관련 300명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사문화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심지어 당시 발의돼 상임위에 쌓여있던 ‘이해충돌방지법’들은 이번 ‘LH 사태’가 터진 이후에야 새삼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부동산 관련 전수조사를 하더라도 실효성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의원은 이미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를 통해 매년 재산을 공개하고 있는데다, 부동산 투기는 LH 직원들처럼 대부분 친인척이나 지인 등 차명으로 하는 만큼 적발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의 재산신고 의무는 본인과 배우자까지며, 직계존비속의 경우 독립생계를 꾸릴 경우 거부할 수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LH 사태 관련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이번 사태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야는 특검과 전수조사 합의 불발을 놓고 기싸움만 이어가는 상황이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부동산 비리를 척결하자고 발본색원 하는데 여야가 따로 있고 순서가 정해져 있는가”라며 “국민의힘에서 아무리 부동산 비리를 척결하자고 주장해도, 전수조사와 특검을 받지 않는다면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왜 조사대상을 확대하자는 요구에 자체조사 운운하며 난색을 표하나”며 “열세에 몰려 허장성세를 부린 것인가”라고 맞받았다.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하승수 변호사는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2019년 국회의원 자녀 입시비리 전수조사 얘기가 나왔을 때, (여야가) 한다고 했다가 방법을 가지고 이견을 보이고 법적 근거가 있네 없네 하다가 없던 일이 됐다”며 “이번에도 정치권에서 말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여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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