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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부동산 정책실패가 불러온 은행 가계대출 1000조 시대

한국은행이 집계한 2월 은행 가계대출이 100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개인 빚이 네 자릿수 시대에 진입하기는 2004년 1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2012년 말 500조원을 돌파한 지 8년2개월 만에 배로 불어난 것이고, 지난해 2월 900조원을 넘긴 지 꼭 1년 만이다.

물론 수치가 다는 아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대출도 많든 적든 늘어난다. 중요한 건 내용과 속도다. 그런 점에서 2월 금융통계는 시사하는 바 크다.

다행스러운 부분부터 보자. 우선 증가 속도가 줄었다. 그래 봐야 “여전히 과속”이라는 반론도 만만찮지만 브레이크가 듣는 건 사실이다. 지난해 말부터 강화된 대출 규제의 영향임은 물론이다. 올 2월 은행 가계대출은 6조7000억원 늘었다. 1월(7조6000억원)보다는 적은 규모다. 2월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9조3000억원)보다는 줄었다.

‘빚투’가 사라진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은 2월에 불과 3000억원 늘었다. 1월 2조6000억원에 달했던 걸 고려하면 놀랄 정도의 급감이다. 실제로 증시에서 개인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1월 25조9000억원에서 2월엔 9조60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빚투’가 사라지고 속도도 줄었지만 ‘영끌’은 여전하다. 2월 가계대출 증가액 6조7000억원 가운데 신용대출 3000억원을 제외하면 남는 6조4000억원이 모두 부동산 관련이다. 결국 가계대출 잔액 네 자릿수 시대 진입의 원인은 부동산이란 얘기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 답답하다. 부동산 관련 대출 중 전세자금대출이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집 사고 대출받은 3조원보다 많다.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이 전세 매물 품귀와 가격 상승을 몰고 와 벌어진 결과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불러온 참사인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들은 가계의 목줄만 죄는 방향이다. 가계부채 관리 방안이란 명목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인별로 적용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일 등이다. 결과만 보고 결과만 관리하는 식이다.

가계대출 관리의 핵심은 신뢰감을 주는 부동산 정책이다. 땅은 두고 아파트만 파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일정 기간 뒤 다시 사들이는 환매조건부 주택은 허구에 가깝다. 시세차익이나 소유라는 인간 본성을 간과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실패 사례도 있다. 게다가 그런 공공주택 정책의 최일선 추진기관인 LH는 지금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부동산시장 안정과 정책에 대한 신뢰 없이는 가계대출의 폭증을 막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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