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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 전쟁의 서막…‘한국판 아마존’ C·M·D가 쥐락펴락[언박싱]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쿠팡의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앞두고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쩐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확정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72조원까지 치솟은 쿠팡은 이미 물류 인프라 등 국내에 수조원대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쿠팡이 촉발한 경쟁에서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와 합종연횡도 빨라졌다.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이 30%는 넘어야 안정적으로 시장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데, 아직 쿠팡을 비롯한 선두주자들도 10%대 점유율에 머물러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지난해 연간 161조원에 달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체 시장규모 대비 온라인 비중이 전세계 1위로 성장성이 커 반격의 기회가 남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콘텐츠(Contents), 자금(Money), 배송(Distribution) 경쟁력 확보에 사활이 걸린 2021년으로 보고 있다.

‘72조’ 쿠팡…한국 이커머스에 돈 몰린다
쿠팡에서 신선식품을 로켓프레시로 배달한 고객. [쿠팡 제공]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는 쿠팡의 주식 공모가가 35달러(약 3만9862원)로 정해졌다고 보도했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8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쿠팡의 기업가치가 70조원대로 치솟은 것은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의 표시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세계 4위다. 특히 중요한 것은 주요 78개국 중 2020년 기준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전체 리테일 시장 규모 대비 이커머스 시장 비중이 한국이 35.8%로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쿠팡의 상장으로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쿠팡의 직매입 비즈니스 모델이 높이 평가받은 것도 향후 경쟁자들이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상장 소식은 당장 네이버와 이마트(SSG닷컴), 이베이코리아 등의 재평가에 영향을 줬고, 향후 투자유치 등 자금 조달이 보다 유연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업계 기대감이 커졌다. 향후 IPO가 예정된 티몬, 11번가는 물론 당장 이달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하는 이베이코리아 가치도 제고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쿠팡의 거래액이 지난해 27조원으로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40%를 넘는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도 타 업체들에게는 기회로 여겨진다. 당장 이베이코리아가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시장 1위 업체가 바뀔 수도 있다. 쿠팡이 독보적인 모델로 앞서나가고 있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 IT강자와 기존 유통 대기업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핵심 경쟁력은 ‘물류’ “라스트 마일에서 승부”
쿠팡 풀필먼트센터. [쿠팡 제공]

당장 국내 이커머스업체 성패의 키를 쥔 것은 물류 경쟁력 확보다. 쿠팡은 이번 신청서에서 로켓배송, 새벽배송, 로켓프레시(신석식품)로 이어지는 경쟁력 강화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기술과 물류인프라의 결합을 통한 성장전략을 이어가는 쿠팡은 이번에 확보한 5조원대의 자금 투자처도 물류가 우선이다. 쿠팡은 현재 10여개인 대규모 풀필먼트(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관리를 총괄하는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센터를 7개 더 늘릴 계획이다.

경쟁자들은 쿠팡과 달리 ‘연합군’ 형태로 반격에 나선다. 네이버와 이베이코리아는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은 상태다. 네이버는 CJ그룹과 지분교환을 통해 ‘혈맹’도 맺었다. 카카오톡 내 4번째 탭으로 ‘카카오쇼핑’을 추가하는 등 올해 커머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카카오가 어떤 파트너와 손을 잡을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만약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고 해도 물류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남게된다.

또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면서 오픈마켓 구조의 장점을 활용해 경쟁업체의 배송 서비스도 자사 플랫폼에서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가령 11번가는 올해 1월 SSG닷컴 새벽배송 연동에 이어 GS프레시몰 새벽배송서비스도 이달 시작했다.

아울러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감안해, PP센터 등 기존 유통업체들의 거점 변신 노력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SSG닷컴의 대규모 온라인 물류 센터 네오를 운영하는 동시에 기존 PP센터의 운용 효율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

쇼핑만?!…콘텐츠·부가서비스로 고객 ‘록인’
[네이버 제공]

쿠팡이 아마존 모델을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이커머스업계의 눈은 이제 콘텐츠 강화에도 쏠려있다. 쿠팡은 지난해말 자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쿠팡플레이를 출시했으며, 네이버는 CJ그룹과 손을 잡으며 유료회원들에게 티빙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은 또 하나의 축으로 쇼핑 유료 멤버십 고객들을 묶어두는 록인(Lock in) 전략 중의 하나다. 쿠팡의 유료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은 지난해말 기준 475만명에 달하며,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클럽이 300만명,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이 250만명을 뒤를 잇고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이커머스 경쟁은 단순히 이커머스만 잘한다고 이길 수 없는 상황으로, 아마존은 클라우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동영상콘텐츠, 금융서비스 등 이커머스에 도움되는 다양한 기술들을 내놨다”며 “쿠팡 투자도 일단 물류 하드웨어가 메인이겠지만 다양한 소프트웨어 투자에도 투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쿠팡의 서비스가 상당부분 아마존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지만, 아직 AI스피커 ‘에코’나 전자책 ‘킨들과’ 같은 디바이스가 없고, 클라우드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같은 사업도 없다. 이 부분에서는 네이버가 이미 앞서나가고 있어 향후 쿠팡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닐슨미디어코리아는 쿠팡플레이의 성과를 분석하며 “쿠팡플레이는 라이프스타일 곳곳에 스며드는 ‘쿠팡 생태계’ 구축을 위한 또 한 번의 도전”이라며 “아마존의 사업 모델을 다각도로 벤치마킹하는 쿠팡의 신규 사업은 이커머스 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케이스 스터디로, 확장 대상 카테고리 내 경쟁 사업자에게는 추가 전략 구상의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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