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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앞뒤 안 맞는 변 장관의 LH 두둔,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감싸는 듯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명이 옹색하고 볼썽사납다.

변 장관은 9일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광명·시흥신도시 본격 검토는 올해 1월부터”라고 밝혔다. LH 직원들이 이 지역 땅을 집중 매입한 시기가 2017년 8월부터 2020년 2월까지였다. 그러니 이들이 3기 신도시 계획을 미리 알고 그 정보를 이용해 선제적으로 땅을 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게 그의 주장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당시 직원들이 땅 투기를 한다는 사실을 몰랐느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직전 LH 기관장으로도, 주무부처 장관으로도 무책임하고 적절치 못한 발언이다.

이번 사태를 LH 일부 직원의 일탈이라고 보는 변 장관의 시각도 문제다. 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도 “투기 억제를 위한 제도 개선에 노력해왔지만 일부의 일탈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만 봐도 LH 사태는 ‘극소수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이고 이미 일상화된 부패다. 사내 메신저에서는 공공택지 투기에 대한 대화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고 한다. 해당 지역 지도가 게시됐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심지어 투자를 하다가 해고돼도 평생 먹고살 돈이 남으니 차라리 그편을 택하겠다는 내용도 올라왔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부패구조의 뿌리가 얼마나 넓고 깊게 뻗어 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런데도 변 장관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2019년 5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관련 전수조사 원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신도시 개발에 앞선 사전 투기 의혹이 곳곳에서 만연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해당 청원은 적정 동의자 수 부족으로 공식 답변을 듣지는 못했지만 개발을 주도한 LH 측이 청원 사실조차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때 내부 조사만 해봤어도 부패의 고리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LH 사장이 변 장관이다. ‘전혀 몰랐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것은 부동산 정책의 공정성에 심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영혼까지 끌어모아도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느끼는 박탈감은 말로 표현이 어려울 정도다.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알면서 방치했든, 무능해서 몰랐든 그 책임은 변 장관 몫이다. 본인 스스로도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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