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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인규의 현장에서] 거리두기 개편, 기대와 우려 사이

어떤 일에 기준을 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그 기준이 지금껏 있지 않았던 것이었다면 더 힘든 일이 된다. 여기에 그 기준을 적용받는 모수가 클수록 기준 세우기의 고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5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초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기존 5단계로 세분화된 단계를 4단계로 간소화하고 단계별 조정 기준을 ‘인구 10만명당 주간 하루평균 확진자 수’ 또는 ‘중환자 병상 여력’을 기준으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다중이용시설을 크게 3그룹으로 나눠 운영에 대한 자율을 주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을 시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우선 소상공인 등은 이번 개편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기약 없던 집합금지 명령 등으로 폐업 또는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은 닫혔던 가게문을 열 수 있게 됐다.

서울 송파구의 한 식당 사장은 “그동안 억울한 측면이 많았다. 우리를 포함해 대부분 가게가 방역수칙을 잘 지켜왔는데도 일부 종교단체 등의 위반행위로 잘못이 없던 우리까지 함께 단체기합을 받는 기분이었다”며 “운영을 자율에 맡기면서 방역수칙을 어기면 그만큼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 지금껏 해온 대로만 하면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전 거리두기 단계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헷갈린다는 목소리도 있다.

기존 5단계를 4단계로 간소화한다지만 그 기준을 인구 10만명당 하루평균 확진자 수나 중환자 병상 여력으로 판단한다니 일반 국민으로서는 그 셈법이나 기준 변환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A씨는 “인구 10만명당 일평균 확진자 수 등이 중요한 게 아니고 당장 우리 동네에서 확진자가 나왔는지, 우리와 같은 학원에서 확진자가 나왔는지가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더 중요한 지표”라며 “우리가 방역 당국도 아닌데 매일 확진자 수를 세어 가며 단계 조정을 예측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단계 조정은 모르겠고 그냥 매일매일 조심할 뿐”이라고 말했다.

기준에 대한 수용은 각자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기준을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미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 세운 기준에 대다수가 수긍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를 위해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그 기준을 만든 이들의 의무이고 책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거리두기 조정에 대해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알려야 한다. 그렇게 돼야만 나중에 책임을 물을 일이 벌어졌을 때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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