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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하는 건 해명→내놓은 건 변명→트럭은 운명”…확률 게임 파문 [IT선빵!]
게임 마비노기 유저들이 회사측의 확률 조작을 지적하기 위한 시위를 위해 준비한 트럭 [온라인 커뮤니티 인벤]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고객이 원하는 건 해명, 판매자가 내놓은 건 변명. 고로 트럭은 운명!”

최근 다수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 유저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논란에 중심에 선 넥슨의 대응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넥슨은 정치권이 ‘확률 장사 5대 악(惡)’으로 꼽은 5개 게임 중 3개를 서비스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국회가 확률형 아이템 관련 전자상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할 시 실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날 밝혔다. 지난 2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위에 게임사 확률 조작 논란에 대한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힌 이후다. 하 의원은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이득을 챙긴 확률 장사 5대 악 게임을 골라 먼저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하 의원이 꼽은 ‘5대악’은 ▷엔씨소프트 ‘리니지’ ▷넥슨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마비노기’ ▷넷마블 ‘모두의 마블’로, 이 중 3개를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이 최대 표적이 됐다. 넥슨은 업계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한 대형사인만큼 책임 있는 해명과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하 의원이 “정황이 드러나자 실수였고, 오류였다며 발뺌했다”고 지적했듯, 넥슨 유저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도대체 어떤 논란에 어떻게 대응했던 것일까.

메이플스토리 “‘표현’ 수정하겠다…조작 아니라 오류”

가장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메이플스토리를 먼저 살펴보자. 메이플스토리는 지난달 중순 게임 업데이트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게임 속 무기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환생의 불꽃’이라는 아이템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아이템에 부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추가 옵션이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된다’고 안내했다.

그간 유저들은 중요한 성능이 더 낮은 확률로 부여되는 것 같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에 대한 문의가 2019년에도 있었고, 회사 측은 이상 없다고 답변해왔다.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에서 ‘동일한 확률로 부여되도록 수정한다’고 한 것은, 결국 아이템의 확률을 조작해 소비자를 기만해왔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유저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넥슨은 지난달 19일 강원기 디렉터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사과문이 또 다른 기폭제가 됐다. 넥슨은 “랜덤, 임의, 무작위는 ‘정해진 조건에 따라 난수를 발생시켜 결과를 결정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돼왔다”며 “각각의 정해진 가중치로 결과를 결정하는 확률형 아이템이나 시스템을 설명할 때에도 이같은 표현을 넣었다”고 했다. 즉, ‘무작위’에 대한 유저와 회사 측의 이해가 달랐을 뿐, 조작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특정 옵션이 같이 등장할 확률이 높은 문제’를 시인하면서도, 이는 ‘조작’이 아닌 ‘오류’라고 지속 강조했다.

유저들은 사과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솔직한 대화를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유료 결제 아이템인 ‘큐브(장비 아이템의 옵션을 변경하거나 등급 상향 가능)’의 등급 상승 확률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 넥슨은 관련한 보상안을 발표하면서도 유저들의 요구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결국 유저들은 여의도 국회, 넥슨 본사 등에 ‘카지노는 확률 공개, 메이플스토리는 영업 비밀’ 등 문구를 래핑한 트럭을 보냈다. 끝내 지난 1일, 넥슨 측은 “큐브 확률 공개 등 더 이상의 불안감이나 의구심을 없앨 만한 정보, 기록을 공개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게임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이 회사측의 확률 조작을 지적하기 위한 시위를 위해 준비한 트럭 [온라인 커뮤니티 인벤]
마비노기, 해명 아닌 변명에 5차 성명문까지

또 다른 논란의 게임 마비노기 역시 해명 과정이 논란을 키운 사례다.

유저들의 반발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마비노기에는 ‘세공’이라는 시스템이 있는데, 세공 키트라는 아이템을 사용할 시 무작위 확률로 장비에 성능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보다 좋은 성능을 얻기 위해 현금으로 결제하는 유저들도 상당수다. 이에 각 세공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꾸준히 이어졌고, 회사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지난 1월 22일, 유저들은 “세공 확률 공개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했음에도 아직 공개하지 않은 이유와 검토 상황, 일정을 공개하라”는 등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회사 측에 보냈다.

돌아온 운영진의 답변은 유저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확률 공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최근 업데이트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을 언급하며 ‘더 좋은 업데이트를 준비하겠다’ ‘유저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메시지만 전했다. 결국 유저들은 2차 성명문을 통해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변은 아니었다”고 지적하며 1월 말부터 트럭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시위 이후 2월 초에 내놓은 입장문에서도 운영진은 “세공 도구의 확률은 장기간의 고민 끝에 공개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유저들은 이후로도 수차례 더 성명문을 보냈고, 이달 초까지도 트럭 시위를 이어갔다. 이밖에도 관련 커뮤니티 폐쇄, 접속 중지 운동, 국회 청원 등 강경 대응 중이다. 오는 13일 운영진과 유저가 한 자리에 모이는 간담회에서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논란은 없지만…신뢰 잃은 던전앤파이터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당장 수면 위로 드러난 확률 조작 건은 없다. 지난 2017년 ‘에픽’이라고 불리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설명과 달리 균등하지 않았음이 드러나 회사 측이 사과에 나선 바 있는데, 이를 의식해 ‘조작이 아예 사라지진 않았을 것’이라는 불신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9월, 내부 지원의 부정 행위와 관련해 던전앤파이터가 내놓은 답변 [던전앤파이터 홈페이지]

특히 던전앤파이터는 지난해 이후 잇따라 유저들의 신뢰를 잃는 사고를 일으킨 상태라, 불신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하반기 ‘슈퍼 계정’ 사고가 있었다. 슈퍼계정이란 운영자가 게임에서 활용하는 계정을 일컫는다. 한 내부 직원이 개발자 권한을 악용해 데이터를 조작하고 최고급 아이템을 생성해 외부로 유출했는데, 유출한 아이템의 가치가 5000만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형사상 고소 등 법적으로 허용되는 최고 수준의 조치를 취했다. 또 강정호 디렉터 등 관련 책임자들은 정직 조치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진행됐던 던전앤파이터 행사 말미에 강정호 디렉터의 인삿말 영상이 등장하면서, 유저들 사이에서는 ‘신뢰를 복구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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