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숙 “실망하셨던 독자들에게 쓰는 손편지 같은 작품”
3일 온라인으로 열린 신경숙 신작 장편소설 출간 기자간담회.창비 제공

“독자 한 분 한 분에게 쓴 손편지 같은 작품입니다. 젊은 날에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자신의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쳐다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그동안 독자분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소설가 신경숙이 파문을 일으켰던 표절 사태와 관련, 재차 사과했다. 신 작가는 3월3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새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출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과거의 허물을 등에 지고, 작가이기 때문에 작품을 쓰는 일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독자들은 자신에게 대자연과 같다며, 소설 속 화자가 자신이 태어나고 늙은 아버지가 홀로 지내고 있는 J시에서 죽음과 생명이 하나임을 발견하듯이, “제가 넘어진 땅을 짚고 다시 일어설 수 밖에 없는, 그게 적퓸 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신 작가는 이어 “그동안 일상을 지키려고 애썼다”며, “하지 못했던 것, 고장난 것을 고치는 일로 보내기도 했고, 30여년간 써왔던 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 문학과 가장 깊이, 문학과 같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들이 저한테는 다시 새롭게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돼 주었다”고 들려줬다.

표절 사태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복귀한 장편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함께 해온 아버지 내밀한 모습, 개별자로서의 아버지를 그려냈다.

소설은 엄마가 입원하자 J시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보러 가기 위해 화자인 ‘나’가 5년 만에 기차에 오르며 시작된다. 딸을 잃은 후 애써 늙은 부모와 연락을 끊고 지냈던 터다. 아버지는 한국전쟁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고 4.19혁명, 소 값폭락으로 소를 타고 참여했던 80년대 소몰이 시위까지 현대사를 관통해온 아버지이지만 말과 감정을 아끼고 묵묵히 자기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이름없는 아버지들의 전형이다. 화자는 아버지와 J시를 재발견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작품을 구상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3년 전 베를린 유대박물관에서 ‘낙엽’이란 설치작품을 체험하고 난 뒤였다고 소개했다. 얼굴 작품 2만개를 깔아놓은 길을 걸어가는 작품 체험이었는데, 밟을 때 나는 쩌그럭 소리가 비명소리처럼 들렸다고 했다. 그때 아버지 생각이 났고 격변의 시대를 지나면서 겪었던 고통을 듣는 것 같았다며, 당시 떠돌고 있었던 그는 “집에 돌아가면, 책상에 앉으면 아버지 얘기를 써봐야 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소설 속 아버지는 작가의 아버지 모습이 들어있다. “가진 게 없어서 가난하고 항상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로 살았지만 다정하고 외롭고, 자기원칙이 있는 아버지, 뿌린 것 외에는 다른 것을 바라지 않고, 학교 문전에도 가지 못했으면서 자식들은 대학에 보내려한 아버지”다. 그는 그런 아버지의 심중에 가라않아 있는 침묵의 말들을 가까이에서 귀기울여 들으려 노력했다며, 이런 모습은 “익명성을 갖고 조용히 자기 자리를 지킨 모든 아버지들의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이 세상의 아무 이름없이 한 세상을 살다가는 아버지들에 바치는 헌사”라는 것.

소설 속에는 화자와 여타 인물, 관계 등을 통해 독자와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과 심경을 새겨 넣었다. 그는 “문학이라는 게 제 삶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어서 계속 쓸 수 밖에 없다”며, "10년, 20년 후에 ‘너는 무엇을 했느냐’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글을 썼다’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털어놨다.

또한 “독자분들께 제 마음이 어떻게하면 전달할 수 있을까, 하루하루 그런 생각을 했다”며 “계속 작품을 쓰면서 독자분들에게 드렸던 실망에 대해 모색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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