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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조 추정 ‘이건희 컬렉션’ 삼성家 결정은?
이 회장의 ‘컬렉션 명품주의’ 철학
“특급있으면 전체 위상 올라간다”
샤갈·피카소 등 거장 작품 수두룩
겸재 정선 작품 등 국보급도 즐비

명품 컬렉션 미래는
삼성측 상속세 신고·납부시한 4월 30일
재원 마련 위해 경매땐 해외유출 불보듯
물납제 재논의 불구 적용 가능성은 낮아

규모만 3~4조원을 추산하는 이건희 컬렉션. 정확한 소장품 리스트는 베일에 가려있지만, 그 수준은 전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아니라는게 미술계 전언이다. 막대한 상속세 때문에 작품 매각설이 나오는 가운데, 경매에 나올경우‘ 세기의 경매’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이 경우 해외 컬렉터이 품으로 들어갈 공산이 커 미술품‘ 물납제’를 도입하라는 여론이 급격하게 형성되고있다. 사진은 리움에 전시된 알베르토 자코메티, 거대한 여인 3,1960. [리움 홈페이지 캡처]

“(경매에 부쳐지면) 록펠러 수준은 가뿐히 넘을거예요. (경매) 결과가 3조원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세기의 경매가 될거라는 건 확실합니다. 전세계 컬렉터들이 이건희 프리미엄을 얼마나 지급할 용의가 있느냐의 문제겠죠.” (미술품 감정 참여자 A씨)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 방대한 규모와 퀄리티, 그리고 미래 향방에 대한 궁금증들이다. 감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섬에 따라 유족측은 이달중에는 미술품 처분 계획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은 물론 기부까지 다양한 옵션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계에 따르면 이건희 컬렉션의 규모는 1만2000여점으로 추산한다. 한국 고미술과 근현대미술품, 서양 근현대미술품을 아우르며 서양미술품의 경우 거장들의 주요작품만 900여점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 10월 세상을 떠났기에, 상속법에 따라 사망 후 6개월인 4월 30일까지 전체 자산을 평가 및 신고하고 납부해야한다.

보유하고 있던 상장주식의 경우는 총평가금액은 약 22조원, 상속세는 약 11조원이다. 이외 부동산, 미술품, 골동품 및 기타 재산은 세법과 국세청이 정한 방법에 따라 평가해야한다. 미술품의 경우 분야별로 2인이상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가로 평가한다. 법무법인 김앤장의 총괄아래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감정에 참여했다.

마크 로스코, 무제(붉은 바탕위의 검정과 오렌지), 1962(위쪽), 게르하르트 리히터, 두 개의 촛불, 1982 [리움 전시 모습]

컬렉션도 명품주의

“특급이 있으면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생전 이건희 회장의 지론에 따라 삼성의 컬렉션은 명품이 많다. 좋다는 전문가의 확인만 있으면 값을 따지지도 별로 묻지도 않았다고 한다. 호암미술관부터 리움미술관까지 삼성가의 컬렉션을 주도했던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의 저서 ‘리 컬렉션’에는 ‘국보 100점 수집프로젝트’ 등 명품주의가 미술품에 적용된 결과가 상세히 설명돼 있다.

모네, 피카소, 고갱, 샤갈, 르누아르, 마티스 등 19세기 말 20세기 초 인상파·야수파·입체파 등 주요작가부터 게르하르트 리히터, 마크 로스코, 프란시스 베이컨 등 추상표현주의 작품까지 총망라한다. 특히 피카소의 경우 여러 여인을 그린 인물화가 여러점이다. 대부분 230억~28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마크 로스코 색면 추상은 작가의 기량이 최고조에 오른 50~60년대 대작이 포함돼 있다. 르네 마그리트도 ‘빛의 제국’을 비롯 여러점,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도 있다. 이외에도 앤디 워홀,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등 팝아트 거장의 작품도 여러점 소장하고 있다. 조각작품은 로뎅, 자코메티를 비롯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작품(약 350억원)도 있다.

문화재와 국내작가 라인업도 화려하다.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가로 들어온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한국 대표작가인 김환기의 전면점화,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작품도 삼성가 컬렉션에 포진해 있다. 명품 중의 명품들만 총망라한 것이다.

감정에 참여했던 B씨는 “돈이 있다고 만들 수 있는 컬렉션이 아니다. 소장자의 확실한 의지와 목표, 감식안 그리고 오랜기간 꾸준히 컬렉션을 이어왔기에 가능한 라인업”이라고 평가했다.

명품컬렉션의 규모는

감정에 참여한 업체들이 감정 규모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지만, 미술계 안팎에선 삼성가 컬렉션이 약 3조원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 근현대 거장들의 이름만 보더라도 1000억원을 호가하는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단번에 시장에 풀릴 경우,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씨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3면화의 경우, 2013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1억4240만달러(한화 약 1600억원)의 최고가 기록을 가지고 있지만, 2020년 5월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나온 작품의 경우는 8455만달러(952억원)에 낙찰됐다. 작품 제작연도와 컨디션 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모든 작품이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아트딜러 C씨는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이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10억 넘게 낙찰된 것을 보고 시장에서 놀랐던 이유는 그 작품을 그 가격에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때문이다. 동시에 큰 작품이 쏟아져 나오면 좋은 값을 받기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시장 논리다”라며 호가를 받쳐주는 시장 수요가 중요하다고 했다.

유족들이 미술품을 팔아 세금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면, 세기의 경매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앞서 ‘세기의 경매’로 불린 ‘록펠러 3세 경매’(2018년)의 경우 1550점이 출품 돼 단일 경매 최고 낙찰총액인 8억3200만달러(약 921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미술시장 관계자 D씨는 “전체 리스트가 없더라도, 언론에 보도된 서양 근현대 걸작만 경매에 부친다고 해도 1조원은 가볍게 넘을 것”으로 평가했다.

경매시 해외 컬렉터 품으로…고개 드는 물납제

서양 근현대 주요 작품은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 해외 유명 경매사에서 거래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미술시장이 연간 4000억~5000억원 규모에 불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엔 해외 컬렉터의 품으로 들어갈 확률이 커진다. 미술계에서 최근 물납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변원경 아트부산 대표는 “유럽의 많은 현대미술관들은 작품전시엔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지만, 작품구입비는 0원에 가깝다. 그럼에도 관람객들이 컬렉션을 보기 위해 매일 줄을 서는 이유는 ‘물납제’ 때문”이라며 “미국과 영국은 이미 100년전부터 물납제도를 법제화하여 기증받은 작품들로 인해 미술관들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국내 국보급 문화재들이다. 문화재보호법 때문에 해외 반출자체가 어려워 국내에서 소화를 해야하는데, ‘무가지보’에 가격을 매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미술시장에서 오래 종사한 E씨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예를 들어보자. 소장자는 지금 1조원를 달라고 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많이 생각해야 300억~400억원이다. 어떤 금액이든 거래가 되는 순간 그 가치가 현금으로 치환된다. 스스로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하느냐 하는 문제를 시장의 손에만 맡기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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