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율의 현장에서]이런 선거는 처음 본다

그리 오래 산 편은 아니지만 이런 선거는 살면서 처음 본다.

전임 시장들의 성 비위로 인한 보궐선거라는 것부터 낯 뜨겁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일명 ‘무공천 원칙’을 고치고 후보를 내기로 한 데 대해 “당헌이 신성시될 수 없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공천으로 심판받아야 책임 있는 도리”라고 했다. 민주당은 그렇게, 기어코 후보를 냈다.

당헌이란 무엇인가. 또 왜 책임정치라는 말을 꺼냈는가. 정부여당의 행동은 ‘마이클 샌델’식의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당헌은 정당의 철학이자 헌법이다. 그런 당헌을 ‘감탄고토(甘呑苦吐)’식으로 대한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말문이 턱 막힌다.

책임은 결과에 대해 지는 부담이다. 민주당 소속의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 비위로 피해자가 생겼다. 838억원의 선거비용도 발생했다. 삼척동자도 이런 상황이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안다. 미사여구(美辭麗句)의 포장지를 뜯었을 때 튀어나오는 내용물은 비겁함뿐이다.

여당과 맞서야 할 제1야당 국민의힘과 안철수라는 유력 주자가 속해 있는 국민의당도 답답하긴 이들 못지않다.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의 성 비위는 성역을 침범하는 일과 같다. 야당의 압도적 우위는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판은 야당이 결과를 결코 자신할 수 없다. 외국 사람들이 보면 “아니, 어째서”라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야당 주자들은 복사기로 찍어낸 듯 “무도한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심판이란 무엇인가. 심판은 심판할 자격이 있는 이가 행할 때 정당성을 얻는다. 그런데 이들은 정책 경쟁보다 비방과 단일화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암투, “절대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뒤돌아서 출사표를 내는 모습, 자신의 공약 전체를 실현하기 위해 얼마가 드는지 답을 하지 못하는 장면 등을 보였다. 유권자는 그런 야당 주자들에게 “심판을 해달라”며 안심하고 의사봉을 쥐여줄 수 없다. 주자들이 미래보다 옹졸을 택한 탓이다.

여당의 비겁함, 야당의 옹졸함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킬 때 빛을 발하지 않았나.

선거용이 아니라던 민주당은 특별법이 통과되자마자 당 소속의 부산시장 보궐선거 주자들을 모아 축하인사를 했다. 이 대표는 “가벼운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게 된 예비 후보들께 축하드린다”는 말도 했다.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당은 여론을 봐가면서 공세 수위를 조절했다. 그러는 사이, 문 정부 들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받은 사업 규모는 근 120조원에 이르게 됐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예타 면제 규모 합(86조1372억원)보다도 많다.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법을 가르치고 책임을 알려주며 미래를 제시할 것인가. 출생률도 뚝뚝 떨어지는 만큼 이제 귀감 따위 의식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에는 ‘민주’가, 국민의힘당에는 ‘국민’이 어디에 있는가.

이런 선거는 살면서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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