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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처럼 만화도 배달하면 되죠”…배민 웹툰 ‘만화경’의 파격 실험! [IT선빵!]
우아한형제들 웹툰 플랫폼 ‘만화경’
김명철 만화경 셀장 겸 콘텐츠파트장·키크니 작가 인터뷰
“배달과 웹툰 크게 다르지 않아…음식, 만화 차이일뿐”
“작가가 행복해야 좋은 웹툰도 나오죠”…격주 연재 실험
김명철 만화경셀장 겸 콘텐츠파트장 [우아한형제들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만화도 독자에게 배달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저희가 하고 있는 배민과 크게 다를게 없죠.”(김명철 만화경 셀장)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콘텐츠 사업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2019년 8월 출범한 웹툰 플랫폼 ‘만화경’의 성장세가 매섭다. 12명으로 시작한 소속 작가는 현재 110여명까지 늘었다.

“고객과 사장님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우아한형제들의 모토도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드문 ‘격주 연재’를 도입, 창작자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특히 힘쓰고 있다. 좋은 웹툰이 나오기 위해서는 작가가 창작 압박에서 벗어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화경의 ‘파격 실험’이 웹툰 업계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되고 있다.

▶“음식 배달하듯 만화도…결국 ‘배달한다’는 건 똑같아요”

‘만화경’은 지난 2019년 8월 출범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에서 직접 웹툰 플랫폼을 선보여 다소 의아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김명철 만화경셀장 겸 콘텐츠파트장은 음식과 만화라는 차이일 뿐, 결국 고객에게 ‘배달한다’는 개념은 똑같다고 말한다. 그는 “만화도 독자들에게 배달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배민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며 “플랫폼으로 음식을 배달해 온 우아한형제들이 만화도 배달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 웹툰 플랫폼 '만화경' [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한형제들은 출범 초기부터 다양한 문화 콘텐츠 활동을 이어왔다. 벤처기업이었던 2013년부터 ‘배달의민족 한나체’ 등 한글 서체를 무료 배포하고 있다. 음식 다큐멘터리 잡지 ‘매거진F’ 발간, ‘배민라이브’를 통한 인디 뮤지션 지원, 먹고 노는 콘셉트를 표방하는 ‘ㅋㅋ페스티벌’, 떡볶이 전문가를 가리는 ‘떡볶이 마스터즈 대회’ 등 다방면으로 문화 사업을 진행했다.

‘만화경’은 이처럼 단편적으로 이뤄지던 문화 사업들을 하나의 정식 플랫폼으로 사업화 한 첫 사례다.

출시 2년이 채 안됐지만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누적 뷰는 2000만을 돌파했다. 콘텐츠별 100만뷰가 넘은 작품도 5개에 달한다. 모바일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41만회를 넘겼다.

현재 소속된 작가는 110여명이다. 출범 당시 12명으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량 성장했다. 현재까지 게재된 작품은 총 98개로, 지난해 12월부터 월 평균 6~7개 정도의 신작을 발표하고 있다.

김 셀장은 “여타 대형 플랫폼에 비해 아직 절대적인 작품 수가 적긴 하다”며 “그러나 지난해 목표로 했던 웹툰업계 티어2 그룹 상위권 안착에는 성공했다”고 말했다.

웹툰업계는 네이버웹툰, 다음웹툰,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등 대형 플랫폼 그룹과 봄툰, 미스터블루 등으로 중소웹툰 그룹으로 나뉜다. ‘만화경’은 출시 약 1년 만에 다른 중소웹툰 플랫폼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2019년 8월 출범한 만화경은 지난해 구글 플레이에서 ‘올해를 빛낸 인기앱 우수상’, ‘올해를 빛낸 엔터테인먼트 앱 우수상’을 수상했다. 오른쪽은 만화경 소속 키크니 작가의 ‘별일없이 산다’ 단행본. [우아한형제들 제공]
▶연재 작품 절반 가까이가 ‘격주 연재’…‘착한 웹툰’ 지향

‘만화경’은 ‘격주 연재’라는 실험을 하고 있기도 하다. 모든 작품은 아니지만, 긴 호흡으로 연재되는 중장편 웹툰의 경우 2주 연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재까지 연재된 98개 작품 중 42개가 격주로 연재됐다.

“행복한 작가가 행복한 만화를 만든다”는 모토 때문이다. ‘상생’을 중시하는 우아한형제들 그룹의 기조가 이어졌다고 말한다.

김 셀장은 “콘텐츠는 결국 창작자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작가 분들이 만족감을 얻으셔야 좋은 만화가 나올 수 있다”며 “배민이 고객뿐 아니라 사장님(가맹점주)을 위해 여러가지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만화경도 독자뿐 아니라 창작자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만화경 초기부터 함께 해온 키크니 작가는 “격주가 아니었다면 연재를 할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키크니 작가는 “주위에서 주간 연재를 하는 작가의 경우 심리적, 육체적으로 부담이 크다 보니 한 작품을 끝내면 장기 휴재를 하거나 몸이 상하는 일이 종종 있다”면서 “그러나 격주 연재 시스템에서는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계약 작가들에게 제공되는 배달의민족 1만원권 쿠폰 100장도 이색 복지제도다. 키크니 작가는 “저를 포함한 만화경 소속 작가들이 1순위로 선호하는 건 배민 쿠폰이다. 다른 플랫폼 작가들이 이것 때문에 만화경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만화경’에는 성인 로맨스, BL(남성 동성애),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는 무협 장르가 없다.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콘셉트로 소위 ‘착한 웹툰’을 지향하고 있다.

김명철 만화경셀장 겸 콘텐츠파트장 [우아한형제들 제공]

김명철 셀장은 “무협, 성인물 등에 특화된 웹툰 플랫폼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만화경’까지 해당 장르 작품을 게재해야 하나 고민했다”면서 “기존 웹툰 플랫폼에서 다루지 않는,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서 대중들의 공감대를 얻은 작품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크니 작가도 인스타그램에서 입소문을 탄 케이스다. 지난 2018년 몇십 명 수준으로 시작했던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현재 47만8000여명에 달한다. 그는 ‘만화경’의 1세대 작품인 ‘별일 없이 산다’를 연재를 마치고, 최근 신작 ‘반려되었습니다’ 연재를 시작했다.

이제 막 성장세를 탄 플랫폼인 만큼, 만화경은 당장 사용자 확대에 주력한단 계획이다.

김 셀장은 “최종적인 목표는 작가님들이 만화경을 통해 창작활동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순환고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일정 단계에 이르면 ‘배달의민족’ 앱과의 연계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김 셀장은 “직접 진출은 아직 먼 얘기지만 제휴를 위한 접촉은 진행 중”이라며 “첫 시장은 일본일 것 같다. 아마 조만간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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